생의 아쉬움

어린아이가 생각하는 죽음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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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얘를 좀 얕보고 있었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끔 아이의 입에서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개념이나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아이가 갑자기 잠에 들기 전에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 우리는 다 나이가 들면 죽는 거야? 나도 죽고, 아빠도 죽고, 엄마도 죽는 거야?"


작년 남편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다. 남편이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어서 아이에게 아빠가 없는 이유를 설명한답시고 왕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를 조금 길게 해 준 적이 있다. 그때 아이가 죽음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나 보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아이는 왕할아버지의 죽음을 입에 올렸고 그때마다 나와 남편은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다.


"왕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거지?"


"응~ 나이가 많아서 돌아가셨어."


"나이가 많으면 죽는 거야?"


"응~나이가 많아서 죽을 수도 있지."


"그러면 우리도 다 나이가 많아지면 죽는 거야?"


"그럼. 나이가 많아서 죽는 건 아주 좋은 거야."


이 대답을 했을 땐 나이가 많아서 죽는 건 좋은 죽음이라고 그렇게 설명을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사고나 병으로 제 나이보다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 건 너무 슬프니까. 그것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이 더 행복한 죽음이라고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며칠 전 아이는 죽음 그 자체를 슬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본인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자신마저도 나이가 많아지면 소멸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흐느꼈다. 잠꼬대 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이 얼마나 구슬프게 들리던지. 죽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만큼 자랐다는 사실이 기특하기도 하고, 자신을 떠난 존재들을 그리워하며 살아갈 이 아이의 미래가 안쓰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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