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말고 같이 놀자

동네 엄마에게 한 수 배운 날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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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아이가 이제 겨우 말을 시작했을 때다. 놀이터에 같이 가서 놀고 있다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갑자기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가보니 아이는 자기보다 더 작은 아이에게 맞고 있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어서 당황한 나는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그땐 아이와 같이 울고 싶었다. 내가 다가가자 때리던 아이는 자기 엄마에게 휙 가버렸고, 또래 엄마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던 그분은 아이를 혼내지도, 사과를 하라고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그날 당황스러웠던 내 마음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어쩌면 내 아이를 그 상황에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이 들어 더 불편했던 것 같다.


어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유치원이 끝나고 아이와 함께 동네 놀이터에 갔는데, 거기엔 막 온듯한 아이 두 명이 사이좋게 놀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조금 늦게 도착했던 아들은 조금 겉도는 느낌이었다. 조금 있다가 아이들은 괴물 놀이를 함께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다가가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상황을 보니 괴물 역할을 하고 있던 아들을 물리치려고 다른 아이가 조금 세게 아들을 밀친 것 같았다.


"민서야~친구를 밀치면 안 되지. 친구가 싫다잖아."


다행히 옆에 있던 민서라는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타이르고 있었다. 아이는 밀치는 게 재미있었는지 계속하려고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지난번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나는 엄마로서 아이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그 상황을 피하려고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집에 가자고 했다.


"싫어~~ 집에 안 갈 거야. 난 괴물 아니야."


아이는 술래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일 뿐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민서 엄마가 민서를 달래고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민서야. 가서 친구 이름이랑 나이 물어봐."


아들이 답했다.


"난 재민이야. 여섯 살이야."


"오~ 재민 오빠였네. 재민 오빠는 괴물 하기 싫대. 우리 동물 놀이하고 놀까?"


그 엄마의 조율과 적절한 개입 속에서 세 아이들은 함께 놀기 시작했다. 민서라는 아이도 진정하고는 다시 천진하게 함께 놀았다. 놀이를 다 마칠 때쯤에는 서로 헤어지기 싫어할 정도로.


우리 아이를 때렸던 밀쳤건 상대방 아이도 결국 작은 아이였다. 아직 어리고 그래서 어설픈 아이. 만약 이런 일들이 또 생긴다면 이 아이들을 무작정 피하거나 야단쳐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내 아이를 보듯 남의 아이도 '결국은 잘 클거다' 라는 믿음을 가지고 대해야겠다. 물론 부모까지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오늘 나보다 한 수 위인 엄마를 만났다. 앞으로도 열린 마음으로 배워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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