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만이 다는 아니었어

마른 귤 하나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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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귤 있어?"


아이가 요새 귤을 참 좋아한다. 예전에는 포도, 딸기 같은 과일도 많이 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귤 외길 인생이다. 취향도 확고하시지. 늘 작고 예쁜 귤을 찾으신다.


그날도 부름을 받고 과일가게로 향했다. 근데 귤이 철이 좀 지났는지 모양이 좀 별로였다. 예전처럼 탱글탱글 한 귤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말라비틀어진 것처럼 보이는 귤이었다. 걱정이 앞섰다. 맛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일가게 아저씨한테 물었다.


"귤 괜찮은 거예요? 안 싱싱해 보이네요."


"이제 귤이 끝물이어서 그런 귤 밖에는 없어요. 근데 맛은 괜찮아요."


"그렇구나. 그럼 이거 두 바구니 주세요."


아저씨의 말을 듣고 또 아이를 생각하면 아예 사지 않을 수는 없어서 귤을 두 바구니 정도 구매하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이 귤, 막상 까 봤더니 굉장히 달았다. 뭐랄까 겨울 내내 단 맛을 응축시켜서 나온 그런 귤 청 같은 느낌이랄까. 생각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아니 제철에 사 먹었던 탱글탱글한 귤, 가끔 설익어서 신 맛이 너무 강했던 귤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귤을 한바탕 먹고서는 남은 것은 베란다에 내어두었다. 그리고 한 주 정도 지났을까. 귤이 갑자기 생각났다.


"엇! 썩었을 수도 있겠는데?"


하면서 헐레벌떡 베란다에 나갔는데 이럴 수가 귤이 너무 멀쩡했다. 생각해보니 귤껍질에 수분이 별로 없어서 귤이 부대끼면서 물이 생긴다던지, 물이 생긴 자리가 썩는 문제가 확실히 덜했다. 처음 그 상태로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몰랐던 장점도 있었던 거다.


싱싱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구나.


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과일은 신선도로만 평가했었는데 마른 귤의 장점을 경험해보니 꼭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젊음 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귤을 맛있게 암!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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