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쁨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한 놀라운 아줌마의 세계
어제 집에서 빈둥거리던 우리 가족은 봄나들이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밖을 나섰다. 청개구리 같은 아들은 가지 않겠다고 오랫동안 떼를 썼는데, 집에 혼자 있을지 아니면 같이 갈지 선택지를 두 개 주니 결국 터덜터덜 따라나섰다. 뜻대로 되지 않아 삐쳐있는 아들을 달래고자 옆 동네 공공 놀이터를 찾았다. 새로운 놀이터에서 아이는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 우리 집이 아닌 다른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를 만났다.
"나 저기서 놀고 싶어~"
마침 시간도 있겠다 따뜻한 봄날을 좀 더 즐기고 싶었던 우리 부부는 아이의 뜻을 따라 그 놀이터로 이동했다. 한참을 혼자 놀고 있었는데 마침 그 단지에 사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아이가 엄마와 함께 놀이터에 나타났다.
"재민아 같이 놀자고 말 걸어봐~"
"응~ 알았어."
대답을 마치고 아이는 곧장 여자아이에게 가서 물었다.
"같이 놀래?"
"그르자~"
"몇 살이야?"
"응 나 일곱 살!"
"나는 여섯 살"
"그럼 내가 누나네? 넌 이름이 뭐야?"
"나? 이재민"
"응 난 조민혜."
이렇게 서열을 정리하고 통성명을 마친 그들은 함께 놀기 시작했다. 곧 다른 아이도 끼어들었다. 그런데 아이들끼리 놀다가 좀 재미가 없어지자 지켜보고 있던 여자 아이의 엄마가 놀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우리 술래잡기할까?"
이러고서는 한참 동안 아이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과 홀로 놀아주시는 게 미안스러워서 나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졌다. 아직 놀이가 서툰 우리 아이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하고 술래가 되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놀이 종목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바꾸는 중차대한 제안도 하면서 나도 점점 아이처럼 놀게 되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남편이 머리자를 시간이 되어 잠깐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 우리가 너무 재미있게 놀았던지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아이와 그 아빠로 보이는 분도 슬쩍 놀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참을 그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고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는데 그 아이는 또 다른 단지에서 왔다고 했다.
'그 동네는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여자아이 엄마가 너스레 좋게 이런 말을 했다.
"너네 동네 놀이터 소개해줘! 우리는 한 번도 안 가봤어."
"네~ 알겠어요.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큰 나무집도 있어요."
"우와~~ 신난다 저쪽 놀이터도 가보겠네."
아이들은 새로운 곳에 간다는 기대감에 신나 했다. 세 명의 아이들과 세 명의 부모들은 손에 손을 잡고 옆 동네로 원정을 갔다. 자기 동네의 놀이터를 소개하는 남자아이의 눈도 반짝거렸다. 새로운 놀이터에 도착해 그곳에서 새로운 놀이기구를 발견한 아이들은 또 다른 친구도 사귀고 새로운 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얼마만큼 흘렀을까. 잠깐 머리를 자르러 갔던 남편이 돌아왔다. 손에는 아들과 함께 먹을 요량으로 사 온 만두를 들고 왔다.
"재민아 이제 집에 가야지~아빠가 만두 사 왔잖아."
'만두'라는 말에 신나게 놀던 아이들의 얼굴이 반짝 살아났다. 누나와 형님들과 노는 게 너무 좋았던 아들은 놀이터에서 더 놀고 싶어 했다. 짧은 순간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가 돌아가다가 문득 이렇게 말이 나왔다.
"얘들아! 우리 같이 만두 먹자! 민혜 어머님 괜찮죠?"
"오~그래 주심 감사하죠."
아이들은 다 같이 모여 만두를 맛있게 먹었다. 내 마음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생판 모르는 사이에서 이렇게 먹을 것을 나누는 사이가 되다니. 정말 신기하고 웃음이 났다.
지나고 보면 모두 다 처음 했던 경험이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아줌마와 또 그 아이들과 이렇게 신나게 이야기하고, 자기 동네도 아닌 곳에 가서 신나게 놀고, 내가 산 음식을 모두와 나누어 먹다니!
'이웃사촌'이라는 개념이 무색해진 지금의 사회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누군가. 우리는 아줌마 아니겠는가. 이 모든 것들이 아줌마들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아줌마의 머릿속에서 체면치레 따위는 아이들의 행복 앞에서 너무나 작아진다. 누구와도 이웃이 될 수 있고, 남의 아이와도 친구가 되어 즐겁게 놀 수 있는 우리는 슈퍼파워 아줌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