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는 삶

빨리 가려다가 오히려 많은 것을 놓쳤던 날들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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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을 밟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차로 보는 제주도와 걸으며 보는 제주도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바람 한 점, 돌멩이 하나하나를 밟고 느끼며 걷는 여행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중간중간 감탄하며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얼마나 지체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여행이 꽉 차 있었다. 남편과 나는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차로 왔을 때는 몰랐던 재미가 있네."


"그러네. 오히려 차로 빠르게 다닐 때는 목적지만을 향해 갔었는데, 그러다 보면 여기가 제주인지 서울인지 잘 구분이 안 가더라고. 가끔 집에 갈 때면 허무해지기도 했어."


"맞아. 걷는 것 그 자체가 여행이라는 걸 이번 올레길을 걸으며 깨달은 것 같아."


차근차근 밟으며 느껴보니 알겠다. 과정도 삶이라는 걸 말이다. 어쩌면 우린 그걸 '편리함'이라는 기준으로 너무 많이 생략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걸 건너뛰었기 때문에 더 무미건조해진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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