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포용하는 사랑의 맛
나와 남편의 식성은 참 다르다. 나는 해물을 좋아하고, 남편은 해물을 잘 못 먹는다. 남편은 느끼한 걸 좋아하고, 나는 느끼한 걸 잘 못 먹는다. 좋아하는 게 거의 매번 다른 우리 부부가 한 가지 똑같이 아주 좋아하는 식재료가 있다.
그건 바로 두부다.
내가 끓이는 찌개에는 두부가 정말 많이 들어간다. 집에서 만드는 음식으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랄까. 큰 모두부 반토막을 큼지막하게 숭덩숭덩 썰어서 찌개가 끓기 시작할 즈음에 넣고 오랜 시간 동안 끓이면 두부에 찌개 맛이 잘 배어들어 정말 맛있어진다. 이걸 노리면서 오래 끓이다가 냄비를 태울 뻔한 적도 있었다. 두부는 어느 찌개에 넣어도 맛이 참 좋다. 국물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은 포만감까지 주니 일석이조다. 중국 음식에는 두부의 종류가 참 많다. 두부를 얼렸다가 녹여 두부 속에 구멍이 송송 나있는 두부도 있고, 두부를 얇게 썰어 말려 만든 건두부도 있다. 만두피 모양으로 만든 포두부도 있는데 이런 두부들을 골고루 넣고 야채를 듬뿍 넣어 끓인 마라탕은 나의 최애 음식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의 최애 음식은 만두에도 두부가 들어간다. 다재다능한 두부!
무엇보다 두부에는 죄책감이 없다. 식사를 엄격히 제한하는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다. 3일 동안은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끼니때마다 단백질 셰이크를 먹었어야 했다. 다만, 너무 허기가 져서 힘들 때에는 두부나 양배추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시장에 가서 맛있는 두부를 사다가 따뜻하게 데워서 먹었던 적이 있다. 며칠 동안 아무 간을 하지 않은 단백질 셰이크를 먹다가 두부를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그때 처음 두부의 "짠맛"을 알게 되었다. 고소함과 약간의 짭짤함이 어우러진 두부는 그야말로 천상계의 음식이었달까.
두부가 건강에 좋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게 된 덕분인지 마트에서도 두부를 응용한 상품들이 많다. 그중에서 내가 최근 알게 된 것은 '두부봉'이다. 말하자면 두부로 만든 햄이다. 두부 속에 해물이나 야채, 치즈 등을 넣어서 햄 모양으로 싼 제품인데 햄이나 소시지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대체품으로 주기가 딱이다. 그리고 다이어트 식단으로 많이들 활용하는 두부면이 있다. 두부면은 포두부를 응용한 제품으로 칼국수 면 두께와 더 얇은 면 두께로 시판 중이다. 밀가루의 쫀득한 식감은 없지만, 그래도 맛있는 파스타를 부담감 없이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두부가 이렇게 많이 응용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해서'다. 단순하면서 포근하고, 모든 재료를 다 아우를 수 있는 맛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두부는 엄마의 사랑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