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추론의 육아

짜증의 3단계

by 서이담

아이의 감정은 변화무쌍하다. 마치 날씨처럼 맑게 개었다가도 금세 천둥이 치고 만다. 때로는 천둥이 치고 폭풍이 몰려올 때도 있는 데 이 때는 보통의 준비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워진다. 아이는 말 그대로 생떼를 쓰기 시작하고, 별 것 아닌 것들에 집착하며,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


"엄마한테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결국 나는 이렇게 아이와 똑같이 짜증을 확 내고는 아이를 울려버리고 만다. 이럴 때면 내 기분 역시 폭풍이 친다. 멋진 부모가 되고 싶고, 사랑만 주는 부모가 되고 싶었는데 이런 밑바닥을 아이에게 보일 때면 기분이 울적해진다.


그런데 요즘 나는 어떤 패턴을 발견했다.


1단계, 아이가 이상할 정도로 짜증을 낸다.

2단계, 짜증을 견디지 못한 내가 픽 화를 낸다.

3단계, 아이는 울다가 이내 잠이 든다.


3단계, 그렇다. 이 3단계가 원인이었다. 아이가 아기 티를 벗었다고는 해도 아직 어린아이였다. 잠이 올 때면 정신을 쉬이 차릴 수 없었을 것이고, 이 때문에 내게 그렇게 이상하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었던 거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없던 참을성이 생겼다. 아이는 그냥 짜증을 낸 게 아니라 이유가 있는 짜증을 낸 거였다.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냥 얼러주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엄마 싫어!"


오늘도 똑같은 패턴이다. 1단계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내 대처법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재민이, 엄마한테 안길래?"


가볍게 안아주기가 어려워 질 정도로 큰 아가를 안아주고 조금 토닥거리고 나면 아들은 내 품에서 이내 잠이 든다. 많이 발전했다. 이제는 이성과 추론 능력을 사용해서 육아도 해야 하는구나 싶다. 이걸 조금 일찍 알았다면 아이에게 짜증을 좀 덜 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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