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처럼 뜨거운 사랑은 아니지만
가끔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면 점심을 먹고 집 앞 공원 앞을 산책한다. 날씨가 후덥지근하기 때문에 남편과 손을 잡고 있지도 않은데,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남편과 하고 있는 사랑은 아궁이 속 불씨처럼 작지만 소중하게 지켜진 사랑 같다는 그런 생각.
연애를 할 때도 그리 뜨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서로에게 많이 설레고 끌렸었던 것 같다. 그때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서로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충분했다. 그래서 조금 힘들었던 것도 애정만으로 잘 극복해 나갔던 것 같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서는 좀 달랐다. 저절로 되는 게 아니었다.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사랑을 지켜나가는 데 꼭 필요했다. 그래서 결혼 초기에는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맞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 다투기도 하고 마음이 상하기도 했지만, 점차 "말해봤자 소용없다."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각자 기준에 맞는 삶의 방식을 서로에게 요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게 참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또 서로가 있음에 많이 감사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래서 작은 것에도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고, 서로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적극 밀어주기로 했다. 아직까지 나는 완전히 남편을 지지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 조금 미안스럽기도 하다.
결혼 전과 결혼 후의 사랑의 온도는 분명 낮아졌지만, 이 온도를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사랑도 참 소중한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연애 때의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오래 지속하는 사랑을 가꿔나가는 건 어렵다는 점에서 이 사랑이 더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