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과 '안 돼'

타인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보는 요즘 엄마들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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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치원 하원을 하고 나서 꼭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파트 한쪽에 마련된 키즈카페로 가는 것이다. 입주민에게는 무료이고 요즘같이 무더운 때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곳이며, 계절 상관없이 아이의 체력을 잘 뺄 수 있는 곳이라 거의 매일 출근하듯이 가고는 한다. 그리고 나만 이 장점을 안 것은 아니어서 늘 비슷한 아이들과 그 엄마들을 만나곤 하는데,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이곳에 다니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안돼!!!"


바로 이 말이다. 우리 엄마들은 안 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달고 산다. 놀이기구 사이의 위험한 곳으로 가도 안되고, 친구들을 때려도 안 된다. 친구 놀잇감을 빼앗는 것도 안 된다. 친구랑 사이좋게 놀지 않으면 안 된다. 시끄럽게 떠들어도 안 된다.


처음에는 이 말이 그리 거슬리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별 것 아닌 일에까지 "안 돼"를 외치는 엄마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와 함께 잘 놀던 아이가 조금 떼를 쓰자 앉아 있던 엄마가 "안 돼"를 외쳤다. 정작 아이들은 괜찮았는데 말이다. 또 별로 위험하지 않은 놀이를 하던 아이도 제지당했다. 아이라면, 아니 아이니까 충분히 실수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데 엄마들이 아이에 대해 너무 엄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어기제.


엄마들을 보면서 이 말이 생각이 났다. 몇 년 전부터인가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개념 없는 엄마들에 대한 기사와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면서 아이와 아이 엄마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에 사회 깊숙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서 엄마들은 방어기제를 더욱 키워야 했다. 나 또한 남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는 아이의 사소한 실수도 크게 야단치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회적 책임과 공공의식을 다하는 나'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득 키즈카페에 무수히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이 행여나 어떤 실수를 할까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며 '안 돼'를 외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맥이 탁 풀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린 누구를 위해 안 돼라고 외치고 있나.


'노-키즈' 존으로 대표되는 혐오의 문화가 스멀스멀 우리 머릿속에 들어와 있다. 내가 읽었던 한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혐오의 문화를 겪으면서 자라난 '노 키즈'세대는 구분 짓고 혐오하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적용시킬 것이라고, 그렇다면 지금 주류가 되고 있는 우리 세대도 언젠가는 '노 키즈'세대에게 혐오당할지 모른다고 말이다. 나는 그런 부분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 점점 핵가족화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육아와 노인부양에 대해 사람들은 점점 무지해질 것이고, 무지는 차별과 오해를 낳기 십상이다. 주류의 사람들이 이런 인식을 갖는다면 사회보장제도 또한 재편성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멀리 나갔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엄마들이여 타자의 시선으로 우리 아이를 보지 말자. 막무가내인 아이를 그냥 놔두라는 말이 아니다. 아이는 실수하고, 실수에서 배우며 성장하는 존재다. 우리는 이런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봐 주고 또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다. 물론 아이가 실수를 한다면 그걸 수습할 책임도 보호자인 우리에게 있다. 타인에게 예의를 다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한 마음을 좀 더 생각해보자. 그리고 좀 당당해지자. 아이를 혐오와 배척이 아닌 따뜻한 사랑과 포용의 마음으로 기른다면, 그 마음을 가진 어른이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멋진 일을 바로 우리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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