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학습된 실례

몇 살이야?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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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야?"


아이들이 만나면 가장 먼저 묻는 말이 있다. 바로 몇 살이냐는 말이다. 딴에는 또래 친구인지 알아보고 잘 놀고자 함인데, 사실은 엄마들의 숨겨진 욕망이 있는 질문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발달이 정상적으로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이 많기 마련이다. 아이가 조금만 더딘 것 같아도 조마조마해진다. 지나고 나면 다 거기서 거기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그때가 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임신 때부터 아이가 장애아인지 여부를 여러 번 검사해서일까, 엄마들은 이런 걱정이 많다. 그래서 모르는 아이를 보게 되면 먼저 나이나 개월 수를 묻게 된다. 그러고 나서 내 아이와 한 번 비교해보고, 내 아이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거나 혹은 조금 더 초조해지게 되는 거다.


그런데 이런 엄마들의 말버릇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진다. 아이도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으레 나이를 묻게 되고, 형/누나, 친구, 동생 이렇게 자연스러운 서열을 나누게 된다. 아이들의 대화를 듣다가 문득 아 여기서부터 한국 사람들의 실례가 학습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는 이 나이 때부터 시작되는 거였다.


내가 의식적으로 느끼기 전에 이런 것을 알게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이 말을 조금 덜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나이를 따지기 전에 누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만 잘 알면 쓸데없는 기싸움 없이 조금 더 평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조기학습의 티를 조금 벗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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