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금방 아물어요
아이가 아파트에 또래 아이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마주쳐서 같이 놀다가 집에도 초대받고, 또 우리도 아이를 초대하면서 왕래가 잦아졌다. 그런데 잘 지내다가 몇 번 장난감이나 노는 방식 때문에 아이들끼리 다툼이 있었다. 물론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이런 일들이 잦은 게 이상하지 않겠다 싶긴 했는데 거의 만날 때마다 한 명은 토라지고 삐지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애들끼리 계속 놀아도 괜찮은 걸까?'
나름 좀 심하게 부딪혔다 싶은 날 나는 다시 만나서 놀아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아이를 하원 시키는데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아~ 민호 보고 싶다."
분명 며칠 전만 해도 서로 안 볼 거라고, 안 놀 거라고 삐졌던 사이였는데 금방 또 보고 싶단다. 민호 엄마에게 연락을 했더니 민호가 '당장' 오라고 했단다. 그날 우리는 바로 민호의 집으로 놀러 갔다.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상처를 분명히 잘 받고 즉시 감정표현을 하는데, 그 상처가 오래가지 않는다. 상처가 쉬이 지지 않는 그런 매끈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졌달까? 상처를 받아도 금세 용서하고, 상처를 준 아이를 심지어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어른에게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른이 될수록 아주 작은 상처라도 받지 않으려 방어적으로 더 나아가서는 가시 돋쳐서 남을 대하기 쉬우니 말이다.
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의 모양도 원래는 저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저 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어렴풋한 용기가 생긴다. 아이에게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