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차에도 잔소리를 하다니
결혼 후 가장 많이 싸우는 게 '치약을 어디서부터 짜느냐'라고 하지 않던가.
정말 사소하지만 다른 것들이 남편과 나 사이에는 많다. 결혼 초에는 그것 때문에 짜증을 내기도 하고(주로 내가), 고쳐 달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스스로 느끼고 고치겠다는 마음을 먹기 전에는 내가 저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그맘때쯤 방송에서 최수종 씨가 '잔소리를 하지 말고 그냥 네가 해라.'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서는
'그래 맞다. 뭘 바라는 거냐. 잔소리하고 나서 싸한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할 바에야 그냥 내가 해버리자. 그게 더 빠르고 속 편하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자꾸 잊히나 보다. 얼마 전 남편 핸드폰이 고장 나서 테이프로 대충 고정시키고 다니길래 고장 난 핸드폰은 수리해서 되파는 걸 조건으로 새 핸드폰을 구입했다. 물론 고장이 나서 산다기보단 그 전에도 계속 핸드폰을 바꾸고 싶어하는 것 같길래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남편이 새 핸드폰 구입에는 한 집 배달처럼 신속하더니, 옛날 핸드폰을 수리해서 되파는 건 미적거리는 게 아닌가.
'아니 그래도 다시 고쳐서 되팔면 20만 원 정도는 받을 텐데 어쩜 저렇게 가만히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편과 산책을 하다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이 핸드폰을 수리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지도 모르고, 그냥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아 귀찮구나 이 사람.'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결국 결론은 귀찮음이라는 걸 한 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남편을 한 번 쏘아보았는데 남편은 그게 나름 마음이 쓰였나 보다. 하지만 마음 쓰임도 귀찮음을 극복하긴 어려웠다. 핸드폰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그날 밤, 다시 한번 최수종 선생님의 말을 되뇌었다.
'그래. 핸드폰을 되파는 건 이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나의 의지다. 내가 팔자.'
나는 가까운 AS센터로 가서 핸드폰을 고쳤다. 다행히 수리비는 무료였다. 핸드폰을 고치고 나서 공장초기화까지 시켜두고는 남편에게 핸드폰을 당근에 내놓으라고 이야기를 해 두었다. 왠지 느낌이 그렇다. 남편이 파는 걸 또 미루고 이 핸드폰을 내가 팔 것 같은 예감 ㅎㅎ. 생각도 바꾼 겸 아예 내가 팔게 되면 수수료를 한몫 단단히 챙길 예정이다.
그런데 남편이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혹시 수건 쓰고 나서 돌돌 말아서 걸어 놓는 거 무슨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렇다. 남편도 남편 나름대로 신경 쓰이는 내 습관이 있는 거였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내가 그냥 포기하고 넘어가는 게 있다면, 반대로 상대편도 그렇게 넘어가는 게 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허허 참.
빨리 포기하고 내가 하면 쉽다. 그게 평화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