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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ug 11. 2022

재해가 들춰내는 것

홍수와 빈곤


재해는 숨겨져 있던 도시의 여러 면면들을 드러내곤 한다.


며칠 새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서울이 수족관처럼 잠겼다. 뉴스 여기저기서 침수된 차와 홍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얼마 전까지 집을 보러 다녔던 관악구의 한 반지하방에서 일가족이 갑작스레 불어난 비로 자리를 피하지 못해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고급 외제차들이 침수된 모습을 찍은 사진도 나돌아 다닌다.


생각해보면 코로나 초기에도 그랬다. 코로나 감염경로 추적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뒷모습들이 조명받았다. 어떤 정치인과 종교 집단의 결탁관계가 드러나기도 했으며, 정재계 인사들 간의 비리도 떠올랐다. 기업들의 인사시스템과 복지체계의 민낯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재해는 우리가 꽁꽁 숨겨왔던 것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이번 홍수도 마찬가지다. 강남 한복판에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이 생길 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도 빈곤은 있었다. 정부는 이제 반지하를 없앨 거라고 한다. 생명을 생각하면 잘 된 일이다. 하지만 돈이 부족해 반지하에 살아야만 했던 그들이 또 어디로 갈지, 또 다른 열악한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자연의 힘을 미리 알고 이를 대비한 사람들도 있었다. 강남 한복판의 빌딩은 방수문을 설치해 미리 대비를 해 둔 덕에 비 피해가 없었다. 2011년 당시에도 방수문 덕을 봤다고 하는데, 심지어 그 이후에 그 방수문 높이를 더 올려 지어서 이번에도 피해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 앞에서 이런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누가 보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는 일은 하지 말고,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최대한 철저히 방어하면서 살아가는 자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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