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과할 때가 된 것 같아

지켜봐 줘

by 서이담
99BA61BD-0C9F-4C3D-852B-5BADBF9C6DBB.png 아이가 먹고 싶어했던 대한민국 빙과 1등 월드콘 ㅋㅋ


엄마로서의 체력이 많이 길러졌다 싶다가도 힘이 훅 빠질 때가 있다. 아이가 졸려서 말도 안 되는 땡깡을 쓸 때 내 한계를 많이 느낀다.


어제는 빵집에서 맛있어 보이는 빵을 사서 아이에게 주었는데, 아이가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또 달라고 해서 먹었을 정도다. 그러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나갔는데 아이가 아이스크림이 또 먹고 싶다고 조르는 게 아닌가. 남편도 이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재민아, 아까 빵을 너무 많이 먹어서 아이스크림은 못 먹을 것 같아. 내일 먹자."


그랬더니 아이가 토라져버렸다. 그리고선 자전거를 끌고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다 엄마 때문이야."


"뭐가?"


"엄마가 괜히 빵을 줘서 내가 아이스크림을 못 먹잖아."


"그게 왜 엄마 때문이야. 재민이가 먹겠다고 해서 준거잖아."


"아냐 다 엄마 때문이야. 나 화났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쓰는 게 아닌가. 평소 같으면 나도 아이에게 호되게 뭐라고 했을 텐데 어제는 힘이 축 빠지는 그날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별 대답을 해주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뭐라고 아이한테 잘했나. 아이 키워봤자 소용없다.'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방에 앉아 있었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조금 멀찍이 떨어진 방에 혼자 앉았다. 아이는 곧 뒤따라 들어와서 아빠랑 씻고 잘 준비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리고 슬며시 내가 있던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아~~ 내가 미안해."


"뭐가 미안해."


"아까 내가 화났다고 해서 엄마 무서웠어?"


"아니 무섭지는 않았는데 속이 상했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알았어. 한 번 안아줘."


우습게도 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사과를 하자 별 생각이 다 들던 화난 마음이 싹 녹아내렸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남편이 방으로 들어와서 이런 말을 해줬다.


"아까 말이야. 씻고 있는데 재민이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뭐라고?"


"이제 엄마한테 사과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내가 들어가서 사과할 테니까 아빠는 지켜보고 있으라고 그러더라?"


"아이고. 우리 아기 많이 컸네."


시키지 않았는데도 아이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할 줄 아는 어린이가 되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이런 의사 결정을 하고 행동하는 어린이가 되었다. 물론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해 실수도 하지만, 실수를 만회하는 법을 알게 되다니 놀랍지 않은가.


많이 컸다. 우리 아들.

많이 키웠다. 우리들.


참 장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워해 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