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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pr 17. 2023

스크린도어에 비친 얼굴

직장인의 모습

"얼굴 좋아지셨네요!"


복직한 뒤 내가 곧잘 들었던 말이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게 된 후 함께 적응을 시킨답시고 6개월이라는 시간을 쉬고 회사에 나오니 얼굴 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6개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는데 그간 건강해진 사람도 있고, 그대로인 사람도 있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힘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힘든 티가 났다. 어떤 얼굴에는 초조함이 깊이 배어 있었다. 직장을 다닐 때는 당연했던 얼굴들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그 얼굴들이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흘렀다. 6개월 정도.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도 있었다. 성취해 낸 일도 있었고, 실패한 일도 있었으며, 행복한 일도 있었고, 우는 일도 있었다.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었다. 좌절도 하고, 원망도 했다가 요즘엔 스스로 많이 내려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지하철 역 스크린도어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회사에서 많이 보았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입꼬리를 힘주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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