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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과 소비

물욕의 상대성

by 서이담

“아 쇼핑 좀 해야겠다.”


드디어 긴 휴직기간을 마치고 회사에 돌아갔다. 회사에 돌아가서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에너지를 들였다. 그리고 내 안에 변화를 느꼈다. 바로 물욕이다. 집에서 아이를 보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전부였던 때는 그렇게 원하고 바라서 구매했던 명품 가방을 한 번도 들고 다니질 않았다. 그래서 그게 참 신기했는데 회사에 돌아가고 나니 바로 물욕이 생겼다. 회사에서 물을 마실 때 필요한 머그컵이나 텀블러는 물론이고, 화장품도 사야 하고, 옷도 사야 하고, 시계도 사야 하고, 신발도 사야 했다.


‘왜 이렇게 살게 많은거지?’


남편은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그동안 사지 않았던 것을 사는 거라며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고 필요한 물건들은 사라고 했다. 그렇게 마음 편하게 몇 가지 꼭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 주를 맞이했다. 그런데 내게서 새롭게 발견한 물욕을 다른 사람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 동료들이나 동기들도 모두 나와 한마음이었던 것이다.


“난 요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여행가고 싶어.”


“요즘 이런 스타일 옷을 많이 입더라구. 나도 사러 가고 싶어.”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이런 주제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런 바람들 사이에 꼭 회사에서 힘든 일들에 대한 말이 끼어 있었다.


힘든 만큼, 소진된 만큼 뭔가로 채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충분히 쉴 때는 아웃되거나 지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은 돈이나 시간을 들여서도 충분히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이 지침의 정도가 커서 커피 한 잔, 쉬는 시간 1시간 정도로는 나를 온전하게 할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더 큰 보상을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런 마음이 더 큰 소비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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