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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Oct 11. 2022

자뻑과 운동

건강한 이중성

새벽 달리기를 하고 있다.


살을 빼고 나서 운동이 조금씩 재미있어졌다. 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매인 몸. 저녁 시간에 운동을 하려면 남편이 독박 육아를 해야 했다. 그래서 아이가 자고 있는 새벽에 나 혼자 운동을 해보기로 했다. 시간을 많이 내기가 쉽지 않아 하루 30분에서 40분 정도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번갈아가며 한다. 요즘 제일 재미있는 운동은 러닝이다. 집 근처 공원을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뛰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몸이 정말 상쾌해진다.


신기한 것은 운동하면서 내가 듣는 음악들을 담아둔 플레이리스트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R&B 음악을 듣는데, 운동을 할 때는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걸그룹 노래가 좋다. 그리고 가사도 대부분 “내가 제일 잘 나가” 부류의 자뻑이 가득한 곡들이다. 출퇴근하면서 듣는 차분한 곡이 운동할 때 실수로 흘러나오면 여지없이 넘기기 버튼을 꾹꾹 신경질적으로 눌러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왜 듣지도 않던 센 언니들의 노래를 이렇게 리스트로 저장해서 매일같이 돌려가며 듣고 있나.


왜?


우선 운동이 힘들다는 명제에서 시작하자. 운동이 힘들지 않다면 그것은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옳소!!) 힘든 시간들을 이겨냈을 때 그 보람, 그 땀의 기운 때문에 운동 후 개운함을 맛볼 수 있다. 일단 운동을 할 때는 개운함보다는 힘듦이 커서 무언가에 의지를 해야 하는데, 보통 그게 음악이다. 음악의 비트가 빠르고 반주가 쿵쾅거리며 몸을 울릴수록 피가 울끈거리며 운동할 에너지가 조금은 더 생긴다.


의지할 수 있는 또 하나가 있다. 바로 거울이다. 정확하게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이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도취가 되면 운동하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 무게를 치면서 찡그리는 내 얼굴과는 달리 울끈불끈 솟아나는 팔의 근육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외친다.


‘나는 건강하다. 나는 멋지다. 나는 매력적이다.’


여기서 음악이 또 한 번 일한다. 운동하는 내 머릿속 생각과 일치하는 가사를 들으면서 나는 자기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운동에 더 빠져든다.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모습도 나의 한 부분일 것이다. 결국 운동은 내 안에 자신감에 가득 찬 나를 깨워주고, 그 모습을 내 가장 앞쪽으로 밀어준다. 어쩌면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과 활력이 운동의 긍정적 효과를 더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이중적이지만, 나름 건강한 내 모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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