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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r 13. 2023

안개는 예외 없이 걷힌다

아침러닝을 하다가

요 며칠 날씨가 괜찮았다. 기온이 영상을 웃돌기 시작해서 이제 밖에서 달리기를 해도 되겠다 싶었다. 드디어 봄이 왔구나.


아침에 일어나서 기온을 체크해 보니 영상 3도 정도였다.


‘나갈 수 있겠구나.’


기쁜 마음에 옷과 러닝화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뿔싸. 안개가 발까지 낀 아침이었다. 바로 위에 있는 가로등 전구조차 보이지 않는 수준의 짙은 안개가 꽤나 짙게 껴 있던 아침이었다. 뛰지 말까 뛸까 고민하다가 영상을 웃돌면 바깥으로 나가 뛰자는 다짐을 지키고자 러닝을 시작했다. 아파트촌을 지나서 집 근처 공원까지 가는 길도 좋지 않았다. 안개가 심한 탓인지 살짝 발이 미끄러운 것도 같았다.


공원에 도착했다. 우선 안개가 너무 많아서 평소처럼 공원 전체를 돌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원 앞쪽에 마련되어 있는 마당을 돌기로 했다. 마당을 한 10바퀴쯤 돌고, 러닝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이제 마지막이니 다른 코스로 돌아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뱅글뱅글 돌던 코스를 벗어나 공원을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았을 때였다. 공원 건너편으로 코스를 바꿔 가보니 그곳엔 안개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러닝을 마칠 때쯤 되자 하늘이 깨끗해졌다. 정말 순식간에.


인생이 돌고 돌 때가 있다. 그럴 땐 ‘아무것도 바뀌지 않겠지. 계속 이렇게 흘러가겠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하지만 오늘 러닝을 하면서 생각했다.


‘코스를 조금만 바꿔 보면 그곳엔 깨끗한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면 안개는 모두 예외 없이 걷힌다는 거다.’


 계속 이렇게 깜깜하고 답답하겠지 생각하는 건 오직 나만의 생각이란 걸, 안개 낀, 아니 꼈다가 갠 오늘이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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