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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an 29. 2024

나를 키웠던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할 때

경쟁심

어릴 적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보다 힘들었던 건 내게 아버지가 없다는 걸 남들이 알게 되는 것이었다.


‘내게 아버지가 없다는 걸 알면 남들이 나를 무시할 거야.’


이 마음이 나를 뛰게 했다. 남들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고, 그래야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을 거라고 어린 나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채워지지 않을 내 모자란 부분을 들키지 않으려 다른 한 구석을 남들보다 멋지게 보이기 위해 애썼다.


어린 시절에는 이 노력이 꽤나 성과가 있었다.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성적도 꽤 좋았다. 하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가고 싶은 대학에 가지 못했고, 오랫동안 준비했던 시험에서도 낙방했다. 취업준비를 하다가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에 겨우 붙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나 여타 사회 경험이 부족했던 나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일쑤였다. 비교도 많이 당하고 실패도 겪었다.


나름 뒤쳐지는 데에는 초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참 많이 힘들었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남들이 실패한 나를 어떻게 볼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사실보다는 생각이 더 나를 괴롭혔다. 남들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나를 뛰게 했던 그 원동력이 결국 내 마음을 잡고 있었던 거다. 사실 남들은 각자의 인생을 사느라 내게 별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다.


생각이 나를 잡고 있음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은 것도 한몫을 했다. 세상엔 남들보다 나아지는 것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게 참 많다는 걸, 그리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어쩌면 더 좋은 일일 수 있다는 걸 가족을 통해 또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모든 인생이 한 방향으로 달리는 레이스는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함께 달리던 이들 중 어떤 이는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가끔 쉬어가는 사람도 보인다. 나도 내 방식대로 나의 길을 가고 있다. 그래도 인생의 여러 문턱에서 내 오랜 친구인 경쟁심이 고개를 든다. 뒤처지면 안 된다고, 넌 더 나은 길을 가야 한다고 속삭인다. 가끔은 그 친구의 속삭임에 속이 상하고 흔들릴 때도 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난 내 인생을 사는 거야. 내 길을 나의 속도로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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