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 최고의 인연을 빼앗긴 자의 포효

나 아빠랑 결혼할래

by 서이담


“왜 엄마가 아빠랑 먼저 결혼했어?”


“응?”


“내가 아빠랑 결혼하고 싶은데 엄마가 먼저 결혼해서 슬퍼”


“아… 미안 미안”


아이가 드디어 눈치를 챘다. 엄마 아빠가 결혼을 했다는 것을! 그리고 결혼은 한 사람 하고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보다는 아빠를 더 좋아하는 아이는 내게 계속 툴툴대더니 급기야는 울고 말았다. 내가 먼저 아빠와 결혼해서 자기가 아빠와 결혼하지 못해 아쉽다는 게 울음의 이유였다. 오 마이 갓!


생각해보면 그렇다. 아이에게 최고의 인연은 엄마와 아빠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속에서 엄마보단 아빠가 1등이고. 아빠와 자신이 늘 함께이길 바라는 아이의 마음이 이렇게 표현된 게 아닌가 생각하니 이해가 잘 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귀여운 여자 아이가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멋져서 나중에 꼭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었는데, 우리 아이는 살짝 과격하게 귀여운 모양새다. 근거리 최고의 인연을 엄마에게 뺏겼다고 생각하니 저렇게 약이 바짝 올랐으리라.


아이를 달래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재민아. 나중에 재민이가 더 크면 재민이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리고 더 멋진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그래? 여자애야?”


휴 다행이다. 여자애가 더 좋은가보다.


“응 여자애겠지? 그리고 엄마보다 훨씬 더 예쁠 거야.”


“진짜?”


급 표정이 밝아진다.


“그럼! 그래서 재민이가 훨씬 더 행복해질 거야.”


“다행이다.”


“그러니까 아빠와 결혼하지 못했다고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돼.”


“응, 알았어 엄마.”


울음 자국이 남아있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으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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