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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Oct 18. 2022

근거리 최고의 인연을 빼앗긴 자의 포효

나 아빠랑 결혼할래


“왜 엄마가 아빠랑 먼저 결혼했어?”


“응?”


“내가 아빠랑 결혼하고 싶은데 엄마가 먼저 결혼해서 슬퍼”


“아… 미안 미안”


아이가 드디어 눈치를 챘다. 엄마 아빠가 결혼을 했다는 것을! 그리고 결혼은 한 사람 하고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보다는 아빠를 더 좋아하는 아이는 내게 계속 툴툴대더니 급기야는 울고 말았다. 내가 먼저 아빠와 결혼해서 자기가 아빠와 결혼하지 못해 아쉽다는 게 울음의 이유였다. 오 마이 갓!


생각해보면 그렇다. 아이에게 최고의 인연은 엄마와 아빠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속에서 엄마보단 아빠가 1등이고. 아빠와 자신이 늘 함께이길 바라는 아이의 마음이 이렇게 표현된 게 아닌가 생각하니 이해가 잘 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귀여운 여자 아이가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멋져서 나중에 꼭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었는데, 우리 아이는 살짝 과격하게 귀여운 모양새다. 근거리 최고의 인연을 엄마에게 뺏겼다고 생각하니 저렇게 약이 바짝 올랐으리라.


아이를 달래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재민아. 나중에 재민이가 더 크면 재민이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리고 더 멋진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그래? 여자애야?”


휴 다행이다. 여자애가 더 좋은가보다.


“응 여자애겠지? 그리고 엄마보다 훨씬 더 예쁠 거야.”


“진짜?”


급 표정이 밝아진다.


“그럼! 그래서 재민이가 훨씬 더 행복해질 거야.”


“다행이다.”


“그러니까 아빠와 결혼하지 못했다고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돼.”


“응, 알았어 엄마.”


울음 자국이 남아있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으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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