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괜한 걱정
퇴근 후 나는 더 바빠진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가장 오래 남아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하원 시간에 늦지 않게 가려고 나는 거의 경보를 하듯 지하철로 향한다. 어느 날은 회의를 하다가 거의 40분가량 하원이 늦어졌다. 그날 하필이면 남편도 일찍 집에 올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회의 중간에 나가서 전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하원 시간이 거의 다 된 시간 회의를 겨우 마치고 유치원에 전화를 했다.
“선생님, 너무 죄송해요. 일이 늦게 끝나서 지금 가면 40분 정도 늦을 거 같아요.”
“아…네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그날은 하필 금요일이었다. 하원할 때 맡아주는 선생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혼자서 나를 기다릴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아니 사실 좀 괴로웠다. 택시를 탄다 해도 금요일 저녁은 워낙 막히기 때문에 더 빨리 갈 방법도 없었다. 달리다시피 지하철로 향했다. 마음이 바빴다. 바쁜 마음과 달리 열차는 더디 달리는 듯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전속력으로 유치원으로 갔다.
“재민아!!”
유치원에 도착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엄마~~”
“재민이 어머님, 오늘 재민이가 재미있게 놀았어요”
“아이고 선생님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아이 신발을 신겨서 밖으로 나왔는데 아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맨날 이렇게 늦게 오면 안 돼?”
“응? 나 맨날 이렇게 늦게 오라고?”
“응응. 엄마가 늦게 오니까 선생님이 동화 한 편을 다 읽어줘서 너무 좋았어.”
“아….”
괜한 걱정을 했다. 아이가 나만 기다리면서 힘들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하원한 뒤 낮잠을 자고 일어나 선생님이 동화책을 읽어주신다고 했다. 평소에는 내가 오는 시간 즈음에는 동화책을 다 읽지 못해서 늘 아쉬웠는데, 오늘 내가 늦게 온 덕분에 유치원 선생님이 동화책 한 권을 다 읽어주었다고 했다. 아이는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아이의 이 말에 나는 되려 안심이 됐다. 잘 지내고 있구나 이 녀석. 이제 내가 없는 시간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잘 자라주었구나. 거 참 안심이다.
아이는 내 생각보다 더 훌쩍 커 있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가 없는 세상도 꽤 괜찮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