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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an 06. 2023

나의 팀장님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안녕하세요. 팀장님,

오늘 문득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들어 무척이나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걸 마음 속 깊이 느꼈기 때문일까요.

주제넘게도 팀원 나부랭이인 나는 당신이 안쓰러웠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당신이 엄청나게 반갑지는 않았습니다.

이해해주세요. 그 때는 우리 팀을 이리 저리 바꿔보려는 윗사람들의 편리한 마음가짐이 꼴사나웠습니다.

사실 당신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그저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고 싶었던 한 사람이었을거에요.

다만 당신의 뜻과는 다르게 갑자기 팀장이 되어 온 것이 내게는 참 생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나는 당신을 새로 고쳐보게 되었습니다.

홀로 남아 고군분투하며 만든 자료들이 매일매일 업데이트 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 팀원들을 챙기고

한 시도 지체하지 않고 다른 팀장과 일을 해결하려는 당신의 모습에서

팀을 이끄는 진짜 리더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요즘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도와주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잘 없고 게다가 갑갑하다 못해 분통 터지는 사람도 있고요.

가끔 내가 당신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가벼운 옷을 입어도 몸이 축 늘어지는 듯한 책임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 같아요.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게감이 당신이 잘 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이 잘 해낼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신의 말처럼 결과는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적어도 당신은 당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도 최선을 다해서 당신을 도울 생각입니다.


여자 남자를 나누고 싶지는 않습니다마는

여자 리더가 참 귀한 한국 사회에서, 그리고 좋은 여자 리더를 구경하기란 더 어려운 이 현실에서

당신을 발견해서 저는 참 다행입니다.


당신을 리더로 인정한 이후로 나의 출근은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당신도 잘 아시죠? 직원에게는 상사가 곧 회사라는 것을요.


좋은 회사에 다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더 튼튼하고 크고 좋은 회사로 오래오래 남아주세요.


서대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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