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안녕하세요. 팀장님,
오늘 문득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들어 무척이나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걸 마음 속 깊이 느꼈기 때문일까요.
주제넘게도 팀원 나부랭이인 나는 당신이 안쓰러웠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당신이 엄청나게 반갑지는 않았습니다.
이해해주세요. 그 때는 우리 팀을 이리 저리 바꿔보려는 윗사람들의 편리한 마음가짐이 꼴사나웠습니다.
사실 당신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그저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고 싶었던 한 사람이었을거에요.
다만 당신의 뜻과는 다르게 갑자기 팀장이 되어 온 것이 내게는 참 생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나는 당신을 새로 고쳐보게 되었습니다.
홀로 남아 고군분투하며 만든 자료들이 매일매일 업데이트 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 팀원들을 챙기고
한 시도 지체하지 않고 다른 팀장과 일을 해결하려는 당신의 모습에서
팀을 이끄는 진짜 리더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요즘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도와주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잘 없고 게다가 갑갑하다 못해 분통 터지는 사람도 있고요.
가끔 내가 당신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가벼운 옷을 입어도 몸이 축 늘어지는 듯한 책임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 같아요.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게감이 당신이 잘 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이 잘 해낼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신의 말처럼 결과는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적어도 당신은 당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도 최선을 다해서 당신을 도울 생각입니다.
여자 남자를 나누고 싶지는 않습니다마는
여자 리더가 참 귀한 한국 사회에서, 그리고 좋은 여자 리더를 구경하기란 더 어려운 이 현실에서
당신을 발견해서 저는 참 다행입니다.
당신을 리더로 인정한 이후로 나의 출근은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당신도 잘 아시죠? 직원에게는 상사가 곧 회사라는 것을요.
좋은 회사에 다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더 튼튼하고 크고 좋은 회사로 오래오래 남아주세요.
서대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