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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an 20. 2023

MZ오피스를 참지 못하고

현실에서 조우한 MZ들의 특징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서 여러 부서와 만나게 되었다. 그중 하나의 팀이 젊은 사람, 소위 엠지(엠제트가 아니라 엠지다)가 유독 많다던 한 부서였다. 그들과 업무적인 소통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있는데, 그건 다음과 같다.


1. 메신저 대화를 선호한다. 더불어서 전화 통화를 싫어한다. 미팅은 극혐 한다.

아래는 나와 MZ 사원이 나누었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나: 안녕하세요. 이러저러한 상황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a와 b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MZ: 넵. c는요~~]

[나: 메신저로 말씀드리니 a, b 전달이 잘 안 된 거 같은데 혹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MZ: 가능하나, c까지는 제가 답변드릴 수 있고 a, b는 저희 부서장님 확인이 필요해서 제가 확실한 답을 드릴지 모르겠습니다.]

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묻는 말을 확인 한 번 하겠다는데 이걸 이렇게 받다니 하면서 말이다. 약간은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포인트에서 내가 꼰대구나 느껴졌다. 하지만 간신히 멘탈을 잡고 답장을 했다.

[나: 넵.]

나름 단답과 쩜(.)으로 소심한 복수를 한 뒤 엠지의 말에 따라 부서장과 MZ담당자를 모두 참조 걸고 메일을 보냈다. 부서장이랑 나는 결국 미팅을 했다. 전화 통화 한 통이면 해결되었을지도 모를 미팅을.


2. 정해진 만큼, 주어진 만큼만 일하고 생각한다.

MZ도 미팅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해당 팀에서 먼저 회의를 제안했고, MZ팀 말고도 여러 팀이 함께 모여 미팅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 우선 내가 편한 시간을 알려 달라는 답장을 보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 MZ사원의 답이 왔다. 시간은 내일 오전 10시였다.


‘아니… 업무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물론 내가 몇 가지의 미팅시간 옵션을 정해서 달라고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 MZ사원은 내가 요청했던 사안에만 맞게 본인이 되는 시간 한 가지만 보냈다. 미팅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르는 다른 팀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나는 불편했다. 만약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아니 배려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회의를 해야 한다는 의지가 조금만 있었더라도 가능한 시간을 여러 개 보내거나, 불가한 시간을 알려주는 성의는 보였을 것이다. 기계적인 MZ의 답에 한숨이 나왔다.


3. 나를 꼰대로 만든다.

SNL이라는 프로그램 중 “MZ오피스”라는 코너가 유행이다. 처음에는 개그로만 봤는데, 내가 MZ를 경험하다 보니 이 모든 게 실제 상황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찐 경험이라는 게 느껴진다. 에어팟을 쓰고 눈을 똑바로 뜨며 선배에게 말대꾸를 하는 ‘눈까리’ 캐릭터도, 회사에 와서 브이로그를 찍으면서도 눈까리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젊은꼰대‘ 캐릭터도 찐이다. 현실 고증이다.


그래. 정해진 만큼 일 하는 건 좋다. 식당엘 가서 수저를 놓지 않거나 커피 심부름을 하지 않는 것도 괜찮다. 내가 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쿨한 줄 알았다. 하지만 MZ와 일을 하면서 피가 끓는 경험을 하게 된 나는 내가 결코 쿨하지 않은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내가 꼰대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들이 합리적이고 쿨하다고 생각하는 업무 태도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내 업무에 불편함이 생겼고 거북했다. 김원훈 주임이 외치듯 말하고 싶다.


“엄마 미안해요~ 나 진짜….(품 속의 사직서를 잠깐 꼭 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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