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보고 있다
회사의 결정으로 우리 팀이 하던 일이 중단되었다. 30분 단위로 쪼개가면서 바쁘게 시간을 쓰고 있었는데 급작스럽게 할 일이 없어졌다. 백수가 된 첫날, 나는 할 일이 없는데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이것저것 할 일을 만들어 보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도 궁금해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지냈다. 역설적으로 평소보다 훨씬 피곤했다. 몸이 편하니 정신이 더 편하지 않았달까.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인 오늘은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일을 같이 했던 사람들과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엔 우리 팀과 여러 일들을 같이 해서 거의 우리 팀 멤버처럼 일해주셨던 유관부서 분과 함께 차를 마셨다. 팀의 향방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우리 팀이 잘못했던 것이나 아쉬웠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쭉 나누다가, 마지막엔 내 앞날을 걱정하는 말들을 해주셨다.
“서이담 님은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잘 모르겠어요. 이제부터 알아봐야죠.”
“저희 팀은 어때요?”
“네? “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맡고 있는 업무와는 거리가 있었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그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저보다 더 잘하실 수 있는 분이 많을 텐데요.”
“예전에 제 상사였던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은 가르칠 수 있지만 인성은 가르칠 수 없다고요. 그런 점에서 서이담 님은 일이나 실력과 관계없이 저희 팀에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이 일하면서 나를 보아왔던 사람이 이렇게 생각을 해준다는 게 참 감사했다. 일을 할 때는 쉽지 않은 업무를 해 나가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게 힘이 부치는 때도 많았다. 가끔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업무를 하는 것도, 남들이 떠넘긴 업무를 묵묵히 해나가는 것도 억울했다. 적대적인 사람들을 만나서 ‘당한다’는 느낌이 들 때는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를 위해 또 업무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점엔 후회가 없었다.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들 알고 있었나 보다.
“정말 감사해요. 위로가 많이 됩니다.”
진심인지 위로일지 모르는 그 분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꼭 그간의 내 노력에 대한 성적표처럼 느껴졌다.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나의 성적이라니, 참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