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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Feb 13. 2023

잠깐 떠나봄의 유익

여기에서 중요한 게 그곳에서는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일상에서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았던 와중에 급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다. 별 계획 없이 이곳저곳 다니기로 하고 숙소와 교통편을 잡았다. 여행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잠에 들려고 누웠는데 아들이 갑자기 본인은 여행을 가기 싫다면서 할머니 댁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싸!’


남편과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게 얼마만의 조용하고 한가한 여행인가. 시댁과 친정에 아이를 며칠 맡기기로 했다.


아이를 맡기고 떠난 여행지에서 한가로워진 나는 남편과 대화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한가롭게 큐브열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머릿속이 텅 빈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커다랗게 보이던 일들이 여기서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구나.’


그 순간 지금 여기에서는 너무나 커 보이는 것들이 내일 저기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회사에서 내 마음을 옥죄어오던 일도, 여행지에서의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여기서 무얼 하면 이 시간을 더 뜻깊게 보낼 수 있을까, 여기서 뭘 먹으면 더 행복해질까’였다. 성과도 평판도 여기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평생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잖은가. 그렇다면 모든 걸 다 놓아버려야 하는 그 시점에는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이 아주 작게 보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너무 집착하지 말자. 놓아버리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고 할 수 없는 건 놓아버리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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