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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an 04. 2023

주말근무 간호사님의 유머

일이 힘들수록 더욱 힘을 내어 웃기

주말 아침, 그냥 낫겠지 했던 감기가 꽤나 심각한 수준이 됐다.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안 되겠네. 병원 가야겠다.”


남편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이 주말에 문을 여는 병원을 찾아 주었다. 꽤나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병원 안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독감이 유행이라더니. 간신히 오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번호표를 뽑았다. 병원에는 주말 근무를 서는 간호사들이 있었는데 꽤나 바빠 보였다. 진료받는 사람들을 챙기면서 병원 안팎으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솔하고,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번호표를 채 뽑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환자들에게 안내까지 해야 했으니 말이다.


“19번 환자분~”


내 번호였다.


“처음 오셨어요?”


“네~”


“여기 이름이랑 주소, 증상 적어주세요.”


“네…(콜록콜록)”


나를 안내해준 간호사 분은 의자에 엉덩이를 진득하게 붙일 시간도 없이 또 다른 환자를 대응했다.


‘정말 바쁘구나 이 병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지나가던 선배로 보이는 간호사가 내 안내를 도와준 동료 간호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머~우리 간호사님 살 빠지겠어~~ 어떡해”


“호호호~ 안 되는데 그러면~~“


간호사님의 짧은 농담에 차갑게 식어있던 병원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동료 간호사도 선배 간호사의 농담을 들으면서 조금 더 쾌활해졌다.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조금은 나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증상을 적은 종이를 보고는 간호사가 독감이나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나와 비슷한 증상으로 왔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환자 하나하나에게 일일이 코로나가 언제 걸렸는지를 물어봤다.


“친구~ 코로나 걸린 적 있어?”


그 유머러스한 선배 간호사가 3~4학년 정도로 보이는 어린 학생에게 물었다.


“네!”


“얼마나 지났어? “


“음~~ 코로나 걸린 지는 4개월도 훨씬 지났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치고는 굉장히 똑똑한 목소리로 어린 학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니 간호사 분이 초등학교 학생의 똘망한 목소리와 말투에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어 그렇구나~ 훨씬 지났구나.”


초등학생은 약간 어리둥절한 모습이겠지만 나는 알았다. 그건 아이가 이렇게 어려운 말들을 요리조리 붙일 수 있을 만큼 잘 자라주었다는 사실을 기특해하는 어른이 표할 수 있는 감탄사였다.


짧은 찰나였지만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말과 농담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묻어났다. 그게 여러 사람들을 힘 나게 했다. 몸살과 감기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조차 어려웠던 나도 포함해서.


유머에는 힘이 있다. 그게 우리가 힘들수록 유머를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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