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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Dec 24. 2022

뇌가 붙어있는 기분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살아가기


“서로 한 몸이 될 지라.”


성경에서 부부에 관한 구절을 읽을 때마다 이해가 안 되었다. 어떻게 다른 두 사람이 한 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런데 결혼 7년 차 정도가 되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퇴근 시간이다. 집에 서둘러 도착해 주말에 지어 놓은 밥을 레인지에 돌리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과 국을 주섬주섬 꺼내서 데운다. 숟가락을 놓고, 아이가 먹기 좋게 반찬을 잘게 손 본다. 그리고 아이를 앉혀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와 밥을 먹지 않으면 키가 크지 않는다는 위협적인 멘트를 하면서 아이에게 밥을 먹인다. 밥을 거의 다 먹을 때쯤 남편이 집에 도착한다.


“얼른 손 씻고 옷 갈아입고 와요.”


남편이 대충 씻고 집에서 입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식탁에 앉는다. 아이는 잠깐 텔레비전을 보게 한 뒤 이제부터는 내 시간이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면~~”


이렇게 내 하루 일과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된다. 보통은 별 거 없는 이야기들을 하거나, 회사에 떠돌아다니는 가십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가끔은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 내가 회사에서 이런 일을 겪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던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하는 궁리거리이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나와 열심히 같이 고민을 해 준다. 그때 깨닫는 부분이 많다.


회사에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그리 반갑게 느껴지진 않는다. ‘힘들다.’ 거나 ‘귀찮다.’라고 생각한다. 직장생활 초기에는 이런 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면,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꾹 참고 그 문제를 집으로 가져와 남편에게 상의를 해본다. 신기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남편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나와 아주 가깝고,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면, 회사 사람들을 다르게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러면 생각 외로 일이 쉽게 풀릴 때가 있다.


이럴 때 뇌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물리적인 연결은 아니지만 애착과 신뢰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나는 저 사람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저 사람의 판단을 믿고 내 생각 속에 끼워 넣을 수 있는 거다. 비단 남편뿐만이 아니다. 회사에도 몇몇 그런 사람들이 있다. 내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내가 생각지 못한 이런저런 포인트들을 짚어 말해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덕분에 내 행동이 좀 더 신중해질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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