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이담 Feb 24. 2023

뾰루지가 알려준 것

내비둬라 가끔은

3개월 전쯤인가 눈가에 뾰루지가 났는데 꽤나 커서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더니 ‘비립종’이란다. 이건 피부과에 가서 레이저로 빼야 한다길래 피부과에 가서 레이저 시술을 받은 뒤 한 2~3주 동안 재생테이프를 붙이고 있었다. 재생 테이프에 진물이 들고 진물이 가득 찬 재생테이프를 버리는 게 귀찮고 또 육안으로 보기 거북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여러 주에 걸친 번거로움을 겪고 났더니 상처가 거의 아물었다. 아문 상처는 약간 빨간 정도였고, 나는 별생각 없이 그 상처 위에 다시 메이크업을 하며 살았다.


그런데 몇 주 전, 비립종을 제거한 자리에 또 비립종이 생겼다.


“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 몇 주에 걸쳐서 귀찮은 절차를 다 거쳤는데 또 비립종이 생겼다고? 마음속엔 아주 가벼운 정도의 좌절감이 느껴졌다. 인터넷을 조금 찾아보니 이렇게 레이저 시술을 받으면 피부에 노폐물이 다른 구멍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또 비립종이 생길 수 있단다. 지난번에 레이저 시술을 받았더니 흉이 질 정도로 상처가 깊었기에 이번에는 레이저 시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노폐물을 빼낼 수 있는 병원들을 찾아보았고, 여행을 앞두고 있던 터라 상처 관리가 어려울 수 있어 일단 시술을 미루고 여행을 떠났다.


비립종이 있던 자리에 또 비립종이 났다는 걸 알게 된 후로부터 나는 꽤나 세안에 신경을 썼다. 세수를 할 때 신경 써서 눈 주위를 닦아주고, 세안을 다 마치고 나면 꼭 토너를 화장솜에 발라 눈가와 입가 등 진한 화장품이 묻어 있던 자리를 깨끗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여행을 가서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고 선크림을 잘 발라주었다. 물론 잘 씻어 주었음은 물론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거울을 봤다.


‘어? 거의 사라졌네?’


보기 흉했던 비립종이 거의 다 사라졌다. 다행히 세안만으로 노폐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었나 보다. 어쩌면 예전에 레이저로 제거했던 비립종도 이렇게 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이곳저곳에 점과 비립종을 빼낸 자국이 있는데, 내가 조금만 더 인내심이 있었다면 이런 자국이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너무 성급했기에 얼굴에 이런 생채기가 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급하게 뭔갈 한다고 제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뾰루지가 내게 말해주었다. 가끔은 그냥 두어도 괜찮다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속이 든든해지는 가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