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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Feb 22. 2023

속이 든든해지는 가족

따뜻한 국밥 한 술 같은 마음들

“갔다 올게!”


“잠깐만~ 오늘 춥더라.“


남편이 오늘 날씨가 어제보다 춥다며 덜 껴입은 내 목덜미를 보더니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가 많이 하고 다니는 검은색과 회색이 뒤섞인 목도리를 주섬주섬 가져왔다. 목을 최대한 길게 빼서 내밀었다. 남편은 덜 깬 눈으로 내 목에 자기 목도리를 칭칭 감아주었다.


“다 됐다.”


“고마워요! 다녀올게요.”


남편에게 인사를 하고는 운동화를 신었다. 문을 열고, 엘레베이터를 내려왔다. 아직 동도 다 트지 않은 아침, 정문을 나섰더니 역시나 찬 공기가 내 몸을 감쌌다.


‘춥다 추워.’


잠깐 생각을 하고는 발길을 재촉했다. 출근길은 늘 정신이 없다. 제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10년 묵은 강박관념이 나를 지배하는 시간이다. 뛰어가긴 싫지만 그렇다고 늦긴 싫은 경보 비슷한 발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직장인들을 꽉꽉 태운 버스는 지하철역에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만원버스가 지하철역에 다다르자 지갑을 버스 카드 단말기에 대고 지하철역으로 직행, 부랴부랴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갔더니 다행히 지하철이 오래지 않아 도착했다. 몇 정거장 지나서 회사 근처 역에 도착했다. 역 출구 근처에서 회사에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또 십분 정도 지났을 때 드디어 회사 건물이 보였다.


‘오늘은 안 늦게 잘 왔구만. 럭키!’


회사 건물에 들어가니 따뜻한 공기가 나를 맞아주었다.


‘오늘은 진짜 추웠네.’


그리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둘러준 목도리 덕분에 마음은 참 든든하고 따뜻하네.‘


빙그레 웃음이 났다. 목도리를 둘러주는 손길, 따뜻한 안부 한 마디, 포옹 한 번이 그 날 내 삶을 시작할 힘을 준다. 견딜 용기를 준다. 마치 뜨끈한 국밥 한 술처럼 내 마음 속 깊이 배가 부르고 등이 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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