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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r 31. 2023

꼬아서 생각하는 내게 일침을 날린 한 마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내가 편해

요즘 빠져있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여행가 제이 라는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인데 여행하기가 조금 힘든 나라에서 배낭여행을 하면서 현지인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아 BGM처럼 직장을 오고 가는 길에 별 생각없이 틀어놓고 보기 딱이다. 그 날도 유튜브에서 그가 태국을 여행하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태국의 코파얌으로 떠나려고 고속버스 표를 예매하고는 버스를 제대로 탔는데 그 버스 기사님이 표에 써 있는 행선지를 확인하지도 않고는 어서 짐을 빼서 다른 버스로 타라고 이야기하는게 아닌가. 버스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유튜버의 눈에 불안과 초조가 크게 보였다. 다행히 그 버스가 맞았고, 버스 기사님도 표를 확인하고는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나 같았으면 화를 내거나 불만을 표했을 법도 한데, 그는 버스 기사님이 그 행선지로 가는 외국인이 별로 없어서 잘못 탄 줄 알았던 것 같다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는 이런 혼잣말을 했다.


“그래야 내가 편해.”


이 말을 듣는데 저 상황에서 내가 그럴 수 있었을까 하면서 또 다른 생각이 났다.


연차를 내고 오랜만에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아이 학원에 가보기로 했다. 시간이 붕 떴던 나는 집 근처에 새로 생긴 까페에 가기로 했다. 까페에 작은 주차장이 있어서 주차를 잘 하고는 까페에서 한참 책을 보았다. 그리고 나서 까페를 나와 차로 향했는데, 갑자기 내 차 옆에 차를 대었던 분이 창문을 내리더니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주차를 참 잘 하셨네요!”


엉뚱한 그의 말에 뭔가 어리둥절 했다. 그리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비꼬아서 말 하는 건가?’


그리고 어색하게 이렇게 말했다.


“아..네…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출발하고 나서 내 차를 보았다. 주차를 내가 봐도 참 잘 한 것 같았다. 옆 차가 문을 활짝 열어도 부딪히지 않게끔 바깥쪽으로 쭉 붙여서 주차를 했던 것이다. 물론 의도했거나 그렇게 열심히 주차를 하지 않아서 잘 몰랐지만 말이다. 상대방은 정말 칭찬하는 의미에서 내게 그런 말을 했는데, 내가 멋대로 꼬아서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마음이 참 좁아졌다 싶었다.


꼬아서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해야 내가 편하다는 유튜버의 말처럼 꼬아 보지 않아야 내 마음이 편하다. 아니 오히려 누가 보아도 배배 꼬인 상황도 풀어서 나 편한대로 좋게 생각하는 게 좋다. 허허 하고 웃는편이 심각한 편보다는 훨씬 보기 좋으니까.


아 그리고 그 유튜버는 그 불친절한 버스 기사님과 오해를 푼 것은 물론 기사님의 버스에서 정성껏 마련해준 공간에서 공짜로 잠도 자고, 같이 현지인 맛집에서 밥도 두 끼나 먹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편견을 갖지 않을 수록 그리고 불쾌한 감정을 재빨리 던져 버릴수록 뜻밖의 행복이 더 자주 찾아오나보다. 메모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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