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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r 29. 2023

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 남지 않았을 ’같이‘

아이가 같이 놀자고 할 때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백이면 백, 내가 유튜브나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봤을 때다. 내 정신이 거의 다른 것으로 인해 잠식당했을 때 종종 나는 아이를 잊는다.


하루는 남편이 아침부터 일찍 움직이는 바람에 피곤해하며 먼저 방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나는 자연스레 텔레비전을 계속 보고 있었고, 아이는 내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아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가 자기가 그린 그림을 봐달라고 했다.


“엄마~ 이것좀 봐.“


텔레비전에 무척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의를 돌리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부끄럽지만 ‘번거롭다. 귀찮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아이의 그림을 보는 척 했다. 그렇게 아이에게 시선을 돌리는 척 하기를 몇 번 하다가 아이의 눈을 보게 되었다. 아이는 내 관심을, 내 사랑을 애타게 바라고 있었다. 텔레비전에 집중하고 있던 내 흐리멍텅한 눈에 드디어 아이가 쏘옥 들어왔다.


‘내가 뭐 하는 거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내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것을 눈에 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그렇지만 무의식적으로 나는 자극적인 것, 더 재미있는 것을 찾는다. 살짝 죄책감이 든 나는 아이의 눈을 한참 쳐다보면서 이야기했다.


그 날 이후로 아이의 눈을 의식적으로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우습지만 핸드폰이나 텔레비전을 보는 게 너무나 습관적이어서 오히려 아이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아이가 행복해한다. 그걸 보는 나도 행복하다. 아이는 나를 보며 웃고, 반응한다. 나와 대화하고 나를 사랑한다. 나도 아이를 사랑한다. 이렇게 같이 있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 얼마나 짧을지 나는 모른다. 그저 이 순간을 좀 더 소중히 여기자고 조금 결연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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