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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pr 14. 2023

열 번 와요. 우리 집에

재고 따지는 것 없이 사람을 대하는 아이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애틋했던 고모와 왕래가 멀어졌다. 한 번 찾아뵈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어느 날 마음을 내어 고모가 계신 곳으로 찾아갔었다. 고모는 사진으로만 내 아들을 보다가 이렇게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많이 즐거우셨던 것 같다. 아이도 처음엔 조금 낯을 가리더니 어느새 고모와 고모부와 말도 많이 나누었고, 자칫 어색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아이 덕분에 많이 화기애애해졌다.


그리고는 고모와 헤어지기 전 고모 내외분께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열 번 와요. 우리 집에!”


“하하하하. 그럴까? 할머니가 다음에 열 번 놀러 갈게!”


고모는 환하게 웃으셨다. 아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자기 집에 열 번이나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것만큼 직관적이고 순수한 마음이 어디 있을까. 아마도 고모는 정말 행복하셨을 거다. 나도 얼른 서울 오실 일 있으시면 정말 우리 집에 들르시라고 말을 덧붙였지만 무언가 허공에 맴도는 말처럼 느껴졌다.


스스로를 돌아봤다. 나는 누군가에게 집에 열 번 찾아오라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인가? 아니었다. 전셋집에 살던 시절, 집을 넓혀서 이사를 가게 되면 사람들을 많이 초대해서 환영받는 느낌을 주고 우리 집에서 잘 쉬다가 마음이 꽉 채워진 느낌을 받고 가도록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보니 집들이 몇 번과 가족들을 초대하는 일 외에 가족이 아닌 사람, 심지어 친척까지도 초대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초대를 했지만, 갈수록 집을 치우고 음식을 차려내는 일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초대할 사람과 내가 사는 형편이 다른 것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런 귀찮음과 비교하는 마음들은 모두 핑계였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이 그보다 크지 않았던 거였다.


올해는 우리 집에 사람을 많이 초대해야겠다. 열 번 오시라고는 못해도 한 두 번은 오셔서 밥 한 끼 먹고 가시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은 되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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