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는 학교에서 매일 공부합니다.
“회사가 학교인 줄 알아? “
이런 이야기 왠지 드라마에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우리는 회사가 학교가 아니라고 배웠다. 아니 들었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10년 정도 한 지금, 나는 회사가 더더욱 학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서를 옮길 때 내가 마음속으로 했던 다짐이 있다. 그것은 한 번 경험해 보자는 거였다. 부서를 옮기고 나니 처음 해보는 일도 많았고, 소문대로 어려운 과제들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가 많은 프로젝트를 맡아서 안 됐다며 동료들도 안타까움과 응원의 말들을 건넸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을 만나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그 프로젝트가 문제가 많다는 걸 네가 아는 만큼, 아니 네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 부서 사람들도 알고 있을 거야. 네가 처음부터 맡았던 일은 아니니까 다음에 네가 진짜로 할 일에 대한 연습문제라고 생각하고 해. 오히려 좋은 기회잖아?”
이 말을 들으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그리고 얼마 전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퇴사 학교’라는 책이었다. 책 제목만 보고서는 퇴사를 하라고 권유하거나 아니면 하지 말라고 뜯어말리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회사를 관두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역설적으로 회사를 열심히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서는 회사라는 시스템이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을 알아야 하는데, 그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탐구를 함과 동시에 회사에서 여러 가지 경험과 지식을 쌓아서 혼자 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었다. 어쩌면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과정들은 홀로서기를 위한 연습문제인 것이다.
또 회사 일이라는 건 말 그대로 ‘회사’의 일이다. ‘나’의 일이 아니다. 회사의 일이 잘못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두 쪽 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돈을 받고 ‘회사’ 대신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일 뿐 아닌가. 그런데 노동자인 나는 회사 덕분에 일을 더 배우게 된다. 남의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아는 것이 많아지고 할 줄 아는 것들도 많아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심지어 나는 회사에서 겪었던 일로 글도 쓴다. 감성도 지혜도 모두 커간다.
그렇다면 회사는 학교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