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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y 22. 2023

미뤄왔던 행복

생애 첫 새 차

차를 뽑았다! 야호!


작은 중고차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우리 가족은 나름 여러 차례 차를 바꿔 운행해 왔다. 처음부터 새 차를 샀으면 아마 이렇게 자주 차를 바꾸진 못했을 거다. 처음 차는 은색 프라이드였다. 신기하게도 예전에 프라이드라는 차가 꽤 마음에 들었던 나는 남편과 결혼하기 직전 이 매물을 봤을 때 이거다 싶었다. 남편과 이 차를 개인 간 거래로 구매하게 되었고, 그 차로 여기저기 신나게 다녔다. 남편이 나름 튜닝도 하고 여기저기 예쁘게 장식도 하면서 애지중지 다루었던 차다. 당시 프라이드를 팔았던 사람과 남편은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지낸다. 참 신기한 인연이다.


차를 잘 타다가 갑작스러운 나의 변심으로 우리는 미니를 중고로 구입했다. 그것도 3 도어짜리를! 그땐 아이도 있었는데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다. 왠지 ‘이때가 아니면 타기 어렵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취향에 딱 맞게 귀엽고 재밌는 차를 타면서 우리 부부는 신나게 젊음을 즐겼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할 때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아이 등하원을 시키기 시작하면서부터 미니의 장점으로 생각했던 모든 것들보다 불편함이 더 커졌다. 이때 남편과 함께 차를 많이 알아보러 다니고 또 마음에 들었던 차도 있었는데 수중에 현금이 부족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등하원을 시킬 수는 없었다.


결국 남편을 타일러 빨간 QM3를 또 중고로 구매했다. 예전에 타보고 싶던 귀여운 외모의 차이기도 했고 차 두 대를 굴리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두 대를 굴리자니 너무 비용적으로 낭비가 크다고 생각했고 결국 미니를 중고로 되팔게 되었다. 그때 남편이 많이 힘들어했다. 나도 마음이 좋진 않았다. 미니를 마지막에 보낼 땐 눈물도 났다. 그렇지만 생각에 변함은 없었다. ‘이때가 아니면 타기 어려운 차’가 맞았나 보다. 그리고 한 2년 정도를 QM3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편안하게 운행을 했다. 미니와는 다르게 세차도 대충대충 하고, 차가 조금 망가져도 마음에 아무 스크래치가 없었다.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경제적이어서 좋은 차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차를 타고 가다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내게 되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많이 당황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거의 모든 차에 다 달려있는 자동 제동장치만 있었어도 이런 사고는 나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차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때가 되었지 싶다.


어느 주말, 남편이 근처에 있는 차 매장에 신차가 나왔으니 구경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서 같이 가보았다. 새로 나온 차도 구경하고 시승도 해 보았는데 2년 전에 마음에 들었던 차가 어른거렸다. 얼른 남편을 졸라 2년 전에 봤던 차를 다시 보러 가보았다. 운 좋게 그날 시승도 할 수 있었다. 차는 2년 전보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자태로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나는 마음의 결정을 했다.


“계약합시다.”


남편은 살짝 얼떨떨한 것 같았다. 지금 큰돈을 쓰는 게 맞을까 싶다가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렇게 쓰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2년의 시간 동안 이 행복을 기다려왔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실 그 2년 동안 나는 알게 모르게 여러 차들을 내 마음속에 그리던 이 차와 비교하곤 했다. 대체재를 여러 개 사기보다는 좋은 물건 하나를 사서 오래 쓰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편의 수소문 끝에 우리는 빠른 시간 내에 차량을 출고받게 되었다. 난생처음 새 차였다.


사실 차를 타는 요즘, 기분이 너무 좋다. 남편은 사기 전까지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던 반면, 사고 나서는 내가 훨씬 더 만족감이 높은 것 같다. 미뤄왔기에 기쁨을 더 크게 누릴 수 있는 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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