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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un 28. 2023

두 끼까지만 할게요

생각보다 어려운 밥 같이 먹기

‘하… 어떡하지… 나 실수한 것 같다. 아무래도 남편에게 말해야겠어.’


‘아니야. 지금 번복하면 모양이 이상해질 거야.’


‘그래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같이 여행을 할 수는 없어.’


‘아니야… 참자… 참자…‘


코로나가 걸린 나는 회사에서 휴가를 받게 되었다. 처음 며칠은 정말 몸이 힘들어서 쉬었는데, 고비를 지나고 나니 몸이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 집에서 책도 보고 이런저런 궁리도 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다. 숙소를 알아보고, 어디를 갈지 무얼 할지를 생각해 봤다. 날짜를 정하고 예약을 하려고 숙소에 전화를 거니 숙소 사장님이 그 날짜에는 가장 큰 방 밖에는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6명이 들어가는 방이었다.


”우리만 묵긴 좀 아깝다. 그렇지? “


“그르네. 시댁식구들이랑 같이 갈까?”


“어, 그럼 나야 좋지. 당신은 괜찮아?”


“응 괜찮지.”


이렇게 가볍게 말을 던졌다. 남편은 경쾌한 손놀림으로 시댁 식구들에게 여행 계획을 알렸고, 시댁 어르신들도 좋아라 하셨다. “잘됐다.”하고 말하는 내 마음 한편이 계속 찜찜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새벽시간에 저렇게 나를 괴롭혔다.


결혼 후 남편과 아이가 아닌 다른 가족과 함께 하는 게 그리 편하지는 않다는 걸 느꼈다. 시댁 식구들만 그런 게 아니다. 심지어 친정엘 가도 그렇다. 심지어 내 의지로 떠났던 시댁식구와의 여행을 마치고 나는 몇 번이나 병원을 찾을 만큼 몸이 아팠다. 시댁식구들이 내게 잘못한 것도 없고, 다들 하하 호호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이야기했는데도 말이다. 대가족이 함께한다는 것, 그리고 이틀 이상 함께해야 하는 여행을 한다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삼시 세끼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한 일이다. 서로 볼 꼴 못 볼 꼴 다 보여주어도 괜찮은 그런 관계가 있다니. 아니다. 오히려 볼 꼴 못 볼 꼴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관계이기에 세끼를 먹는 일이 불편하지 않다는 게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관계여야만 숨김이 없이 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끼 이상이 불편하다는 것은 이제 나는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무언갈 가리고 참아야 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게 으른이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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