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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ul 03. 2023

Embracing Uncertainties

여행에서 발견한 진리

이번 주말, 급작스럽게 땅 끝 마을로 여행을 다녀왔다.

급작스런 여행이었던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날씨도 우중충했다.

아침을 먹을 식당이 없었다.

아름다운 뷰 포인트엔 안개가 꽉 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찾은 카페는 내가 갈 시간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식당에 전화를 걸었는데 오늘 손주 돌이라 문을 닫는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다른 식당에 갔는데 어떤 취객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대뜸 소리를 치면서 아는 체를 했다.

식당에서는 소고기 구이를 시켰는데, 오늘은 소고기가 다 나갔다고 했다.

소고기 대신 돼지 모둠구이를 시켰는데 모둠구이도 없다고 삼겹살을 시키라고 했다.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날씨가 우중충해서 더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아침을 먹을 식당이 없어 마트에서 사 본 아몬드 우유를 아침 대신 맛있게 먹었다.

아름다운 뷰 포인트 대신 내 눈앞에 자연에 감탄하게 되었다.

아이가 배고파해서 어쩔 수 없이 관광지 카페테리아에서 먹었던 돈까쓰가 서울 유명 경양식집 뺨치게 맛있었다.

가기로 마음먹었던 카페가 문을 닫아 다른 곳을 찾게 되었는데 거기서 여행 중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

식당에 가서 마주친 취객 할아버지가 아이가 참 이쁘다며 조금 터프하게 용돈 만원을 쥐어주셨다.

삼겹살 구이를 먹는데 곁들임으로 나온 맛있는 양파를 먹게 되었다.

아주머니에게 양파가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하니 식당 한켠에서 지금은 철이 지나 슈퍼에서 살 수도 없다는 양파를 한 봉지 담아 쥐어주셨다.

그리고는 친정 엄마처럼 우리 식구를 배웅해 주셨다.


신기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꽤 괜찮았다.

어쩌면 이번 여행은 부족한 나를 위해 신이 계획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은 인생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그 불확실성을 넉넉히 껴안아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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