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망이 이뤄지는 순간
연초에 나는 내 소망을 종이에 적곤 한다. 2022년 내 소망은 이거였다.
“멘탈 갑 되기.”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가 되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멘탈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2022년 나는 내 회사생활 중 가장 다사다난한 시간들을 보냈다. 백 번 넘게 흔들리고 또 쓰려졌다. 2023년도 비슷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할 수가 없게 되었고, 가고 싶은 곳도 가지를 못했다. 사람들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고,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 부끄러운 나날들도 많았다.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 시간들을 가까스로 부여잡으며 살았던 것 같다.
요즘도 마찬가지였다. 사소한 일도 있었고 큰 일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마음이 부들부들 떨리는 일도 많았다. 다행이라면 2022년부터 지금까지 흔들림의 경력이 차곡차곡 잘 쌓였던 나는 그 경력을 버팀목 삼아 심장 떨리는 일들에 반응하는 나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 떨려서 잠도 잘 오지 않을 지경이 되면 회사를 좀 쉬었다. 쉬었다고 하면 거창할 것 같지만 그냥 내가 떨다 못해 부러지기 전에 연차를 썼다는 의미다. 쉬면서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위기를 잘 넘기고 나자 나는 뭔가 조금 더 너그러워진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래~ 네가 귀찮은 일 내가 대신해줄게.’
‘그래~ 듣기 싫은 말은 안 들을 수 있게 도와줄게.’
이런 마음들로 일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아직 ‘만렙까진 아니지만 오천렙 정도 찍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화도 내고 짜증도 내었을 일들을 그냥 웃으며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맷집이 커졌다.
인스타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갑각류는 역설적으로 가장 약한 모습일 때 가장 크게 성장한다고. 어쩌면 부들부들 떨고, 울고, 화냈던 모든 나의 약한 모습들은 내 성장의 발판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힘든 일들도 내 밑거름이 되었구나 싶다.
아직은 월요일이니 좀 더 힘을 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