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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ug 14. 2023

너도 견디고 있구나

같은 마음의 아랫사람들

평소에 이야기를 잘하면서 지내는 유관부서 사람이 있었다. 미리 진행될 업무 체크를 하는 준비성이며, 메일 서두에 칭찬을 꼭 써주는 매너, 게다가 아름다운 용모까지 두루두루 많은 것들을 갖춘 선배였다. 함께 일했던 내 친구가 칭찬을 마지않던 사람이라 ‘역시 듣던 대로군!’ 하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런데요… 상황이 살짝 변해서요. 혹시 잠깐 통화 가능하실까요?”


“아… 네네”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을 들어보니 윗사람이 이것저것 시킨 일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와는 이야기가 다 끝난 사항이었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윗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식으로 메일을 써야 하니 참고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사람과 나와했던 이야기가 꽤 길어서 사실 그간의 히스토리를 생각하면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일단 메일을 보내지 마시라고,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내가 먼저 내가 모시고 있는 분과 확인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윗분을 찾아갔다. 조심스레 윗분을 불렀다.


“왜요?”


의뭉스러운 눈빛이었다. 뭔가 알지만 내게 이야기하진 않았다는 느낌이 싸하게 들었다.


“혹시 이 부서 윗분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저희가 이걸 준비하라는 메일을 보내겠다고 해서요. 윗분들을 모두 참조로 넣어서요. “


“아… 그거 확인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아까 말씀드렸듯 전 담당자와 이런 식으로 업무처리를 하려고 준비를 다 마친 상황이었는데, 이건 이야기가 좀 달라져서요. “


“그래도 확인은 해 봅시다. 덮어놓고 못한다고 할 수는 없으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거였다. 상대방의 부서 윗사람이 내가 모시는 윗사람보다 직급이 높았다. 그래서 윗직급의 사람이 누르니 그 자리에서 바른말을 할 수 없었던 나의 그분이 내게 똥을 던진 거였다. 상황을 파악한 나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리로 가서 유관부서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메일… 주세요. “


“네네…”


“시켰으니깐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실무자로서는 힘들다는 말씀은 아까랑 똑같이 드리고 싶어요.”


“네네. 저도 압니다. 다만 저도 지금 바로 말씀드리면 납득을 하지 못하실 거라, 우선은 메일 보낼게요.”


“옙 알겠습니다. 다만 보내신 메일을 제가 유관부서에게 모두 공유하고 업무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해 주세요.”


“네네. 상관없어요. 저도 그냥…지시를 따를 뿐이에요.”


“ㅜㅜㅜ네네”


정말 그러기 싫었다. 우리 둘 다 그랬다. 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저 하루를 견딜 뿐인 아랫사람들이니까.


힝. 치킨이나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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