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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ug 18. 2023

쓸데없는 것들의 유용함

농담, 인사, 사랑, 우정, 위로 등등 그 모든 무용한 것들에 대하여

오랜만에 아는 친구가 연락을 해 왔다.


“잘 지내?”


“응~ 잘 지내지. 너는? “


“그냥 그래…”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인지라 뭔가 할 말이 있나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나 보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한 뒤 희한하게도 요즘 좋아하는 물건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난 요즘 이 쑥 두유 먹고 있는데, 진짜 맛있어.”


“진짜? 난 여기 김치 맛있더라. 비밀인데 실은 엄마가 담근 김장김치보다 훨씬 맛있어.”


“난 요즘 이것도 잘 써.”


우리는 서로의 ‘꿀템’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동시에 친구랑 이야기를 하면서 물건들을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았다. 대화도 장바구니에 담는 행위도 무척 재미가 있었다.


“와 진짜 재밌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신나게 할 줄이야.”


“그러게, 우리 나중에 또 이야기하자!”


신나게 이야기를 마쳤다. 에너지를 충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서도 그렇다. 우리 부서는 업무 특성상 타 부서에서 여러 가지로 치이는 일이 많은데, 그 힘듦 속에서 부서 사람들끼리 참 끈질기게도 농담을 주고받는다. 시답잖은 것들로 서로를 놀리거나 말꼬리를 잡거나 외모칭찬을 과도하게 해서 살짝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음료수를 사고, 그 결과에 울고 웃고 하는 일들도 참 재밌다. 이렇게 시시덕거리는 와중에 우리는 웃게 되고, 웃으며 힘을 낸다. 그리고 마침내 전쟁 같은 일터로 복귀하길 반복한다.


무용한 것들이다.


생산성을 측정할 수 없는 농담 따먹기나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공유하는 것 같은 일들 말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사랑도 우정도 경제적인 혹은 물질적인 기준으로 볼 때 효용성이 없는 듯 보인다. 인간 자체가 그렇다. 우리는 유용함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거기서 그친다면 조금 우울하겠지만, 그리 애달픈 일만은 아니다. 인간은 무용한 것을 유용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우리는 웃으며 삶을 헤쳐나갈 힘을 내고, 같이 울어주며 버틸 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용한 것들은 역설적으로 유용한 것들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 값을 매길 수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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