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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ug 23. 2023

난 힘들 때 소고기를 먹는다

술 말고 고기

이전 부서에 있었을 때 몇몇 남자들이 힘들 때마다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러 가는 걸 보았다. 참 자주 술자리를 갖는다 싶었고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이, 저렇게까지?’


그런데 요즘은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리고 그 마음을 토로할 데가 딱히 없었던 지라 그렇게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 재미에 또 회사를 다니고 그랬을 거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요즘, 여러 부서에서 문의도 많고 요청도 많다. 자연스레 이슈들도 떠오르곤 하는데 그때마다 지치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정말 더 가끔은 속에서 천불이 날 때도 있다. 천불이 나고 나면 기운이 쪽 빠진다. 기운이 쪽 빠지면 자연스레 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나는 매인 몸, 퇴근 후에 다시 집으로 출근해야 하는 워킹맘이 아니던가. 이럴 때는 남편에게 바로 SOS를 친다. 오늘이 바로 우리가족 회식 날이다.


“고기 먹으러 가자!”


그리고 남편과 함께 만나서 아이를 데리러 간 뒤 집 근처 고깃집으로 향한다. 이렇게 힘든 날은 돼지가 아닌 소다. 집 근처 고깃집은 직원이 직접 고기를 구워 주어서 참 좋다. 특히 돼지고기 전문점이기 때문에 소고기를 시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소고기를 시키면 사장님이 나와서 고기를 구워 준다. 1인분에 3만 원 남짓한 돈을 내고 사장님이 구워 주시는 고기를 먹는 호사를 누린다.


고기를 먹으며 남편에게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남편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공감을 해준다. 고기를 다 먹고 배가 불러갈 때쯤이면 마음도 많이 가라앉는다. 그렇게 술 없이 오늘 하루의 고충을 소고기 위에 털어버리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또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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