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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ug 30. 2023

그들의 속사정

이해가 가니 마음이 간다

“아… 진짜 애도 아니고. 어디까지 챙겨줘야 되는 거야?”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유관부서에서 이것저것 챙겨달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요구가 점점 거세어진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은근슬쩍 내게 떠넘기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럴 때마다 답답하고 한숨이 나온다. 하루는 나를 답답하게 하는 유관부서의 어떤 사람이랑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는데 일처리가 갑갑해서 짜증이 훅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엄청 딱딱한 말투로 돌려가며 수동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며칠 후였다. 짜증이 근원이었던 유관부서 사람을 드디어 직접 만날 일이 생겼다. 마음의 각오를 하고 미팅 장소에 갔다. 그런데 웬걸 어떤 인자하게 생긴 아저씨와 할아버지 그 어딘가의 사람이 나왔다.


“서이담 님이시죠?”


“아…네. 김영만님이신가요? “


첫 만남이었다. 생각보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어서 깜짝 놀랐다. 미팅에서 그가 하고 있는 일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는데, 내 생각보다 더 고되고 사람들이 꺼려할 만한 일이었다. 내가 그에게서 받은 요구보다 훨씬 더 많은 요청을 들으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순간 그가 하는 일과 그 사람 자체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회사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조차 다루기가 힘들어 보이는 나이었는데 남들이 꺼리는 일을 하다보니 내게도 이것 저것 손을 벌릴 일이 많았던 거다.


그가 왜 그렇게 어린애처럼 굴었는지 알게 되었다. 정말로 그 일들을 다 챙길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거다. 모질게 굴었던 내 태도와 그를 탓했던 마음이 조금 미안해졌다. 확실히 얼굴을 보고 일을 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해가 되니 날카로웠던 감정도 누그러졌다. 그러려니 하면서 조금 더 챙겨줄 수 있는 마음이 되었다.


상대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입장을 가만히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그게 진짜 일의 실마리가 되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마음만은 달리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마음만 달리 먹으면 쉽게 되는 일이 또 얼마나 많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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