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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Sep 11. 2023

그래도 가족

영화 ‘고령화 가족’을 보고

몇 개월 전 한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만약 당신의 가족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신은 그를 고발할 건가요?”


예전의 나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당연히 고발하죠.”


그때는 세상이 옳고 그름 만으로 이뤄진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내 생각은 달라졌다.


“음.. 자수하라고 이야기는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직접 고발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도. 아니 저는 오히려 나서서 숨겨줄 것 같은데요.”


갑자기 몇 개월 전 나눈 대화가 생각났던 이유는 어제 봤던 ‘고령화 가족’이라는 영화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인물 면면들이 그리 자랑스럽지는 않다. 백수의 한량인 큰아들, 영화를 말아먹고 자살시도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온 둘째 아들, 그리고 타고난 바람기로 두 번이나 이혼을 한 막내딸까지 그다지 멋지거나 엄청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 죽도록 서로 싸우다가도 누군가 한 명이 다치거나 해를 입으면 똘똘 뭉쳐 서로의 편이 되어 준다. 특히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모습은 가족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영화에서 엄마 역할의 윤여정 씨가 이런 대사를 한다.


“가족이 뭐 별거냐. 한데 모여 살면서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울고, 같이 웃는 게 가족이지.“


그렇게 별거 아닌 희미해보이는 일상이 겹쳐지고 또 겹쳐지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연결고리가 된다. 그게 가족이다. 영화는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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