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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Oct 24. 2023

엄마 나 좀 보세요

사랑을 주세요

연차를 내고 아이와 병원엘 갔다. 오랜만에 나와 아이 둘 뿐이었다. 도착해서 외래 수속을 밟고, 남편이 챙겨준 장난감 주머니를 풀러 심심해하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쥐어 주었다. 한참을 혼자 놀던 아이는 같이 대기하고 있던 형을 발견했다. 재민이보다 형으로 보였던 그 아이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였는데 그 엄마와 함께였다.


“아 좀~ 조용히 해!”


그 엄마가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보기엔 그리 큰 목소리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관심사를 엄마에게 표현했을 뿐인데 엄마는 아이에게 과하게 짜증을 냈다. 그리고 이내 아이에게 눈을 돌려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엄마라고 하기엔 너무 차가웠고 짜증스러웠다. 아이가 뭘 말하든 듣는 둥 마는 둥 바쁘게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 엄마의 행동과 표정 너머로 내 모습이 겹쳐졌다.


아이는 요즘 ‘엄마!’, ‘아빠!’, ‘놀자!’라는 이 세 단어를 엄청난 횟수로 반복해서 말한다. 실제로 세어 보진 못했지만 100번 아니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은 나와 남편이 아이와 함께 놀지 않을 때다.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아이의 집요함은 생각보다 조밀해서 우리 부부를 옴짝달싹 못하게 옥죄어온다. 거절도 거절한다. 회사에서 많이 지쳤던 어느 날은 아이에게 이렇게 빽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랬겠구나.’


짜증스럽게 아이를 대하던 그 엄마를 보면서 내 모습이 반성이 됐다.


그날은 바빠서인지 핸드폰을 볼 시간이 없었다. 아이와 정해진 순서대로 진료를 받고 수납을 마쳤다. 어디에 갈까 하다가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메뉴로 밥을 먹고 조금 놀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와 아이를 씻기고 입히고 먹였다. 숙제하는 아이를 봐주고, 게임하는 아이 옆에 앉아 아이가 원하는 대로 게임 화면을 함께 지켜봐 주었다. 게임을 한 뒤 게임 속 여러 장면에 대해 각자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가만히 지켜보니 아이는 내 생각보다 많이 성장해 있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하는 세계가 기대보다 더 재미있었다. 여유를 가지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이가 더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아이는 더 이상 반복적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알았다. 아이는 내 이름을 부르기 전 한마디 문장을 속으로 덧붙였던 거라는 걸.


“사랑을 주세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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