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이담 Oct 25. 2023

미안한 감사함

병원에서

“왜 하필 이런 일이 나에게!”


아이가 놀다가 팔이 부러졌다. 응급실에 갔다가 처치를 받고 외래진료를 보기로 했다. 외래 날 어린이 병동 앞에 선 나는 절로 겸허해졌다. 그 곳에는 수많은 아픈 아이들이 있었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서부터, 누가 봐도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지 아직 더운데도 털모자를 쓴 아이, 휠체어를 탄 아이까지 모두 다 제각기 사연을 안고 온 아픈 아이들이었다.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긴다는 건 무지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아팠고, 그 부모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병원 생활이 너무나 익숙해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보고 나니 알게 되었다. 팔이 부러진 것 같은 일은 아주 작고 소소한 일이라는 걸. 팔이 부러질 정도로 팔팔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할 일이라는 걸 말이다.


“이만하길 참 다행이다.”


이만큼밖에 아프지 않아 감사했고, 이런 비교를 통해 안도하는 내 자신이 참 미안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나 좀 보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