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왜 하필 이런 일이 나에게!”
아이가 놀다가 팔이 부러졌다. 응급실에 갔다가 처치를 받고 외래진료를 보기로 했다. 외래 날 어린이 병동 앞에 선 나는 절로 겸허해졌다. 그 곳에는 수많은 아픈 아이들이 있었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서부터, 누가 봐도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지 아직 더운데도 털모자를 쓴 아이, 휠체어를 탄 아이까지 모두 다 제각기 사연을 안고 온 아픈 아이들이었다.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긴다는 건 무지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아팠고, 그 부모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병원 생활이 너무나 익숙해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보고 나니 알게 되었다. 팔이 부러진 것 같은 일은 아주 작고 소소한 일이라는 걸. 팔이 부러질 정도로 팔팔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할 일이라는 걸 말이다.
“이만하길 참 다행이다.”
이만큼밖에 아프지 않아 감사했고, 이런 비교를 통해 안도하는 내 자신이 참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