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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Nov 13. 2023

아이를 보내는 밤

죄책감과 해방감과 쓸쓸함의 콜라보


10월 1일에 아이를 데리고 처음 병원에 갔으니 감기가 벌써 한 달을 넘겼다. 아이의 상태는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했다. 한 차례 심각하게 기관지염을 앓다가 극적으로 좋아져 학예회까지 마치고는 다시 나빠졌다.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에 꼭 박혀서 쉬었는데, 병원에 가보니 중이염이라고 했다. 아이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겉으로만 그랬던 거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연차가 얼마 없는데… 어떡하나…’


아이가 팔이 부러져서 수술을 받았던지라 연차를 이미 많이 쓴 상태였다. 친정엄마도 주중에 약속이 있다고 했고, 설상가상으로 시어머님은 아이보다 더 심하게 독감에 걸렸다. 엄마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싶었지만 양심 한 구석이 아파왔다.


‘내 애는 내가 키운다며?‘


생각해 보면 이 다짐이 깨진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친정엄마나 시어머님의 손을 빌리지 않고 아이를 키운다는 게 나름의 자부심이었지만, 급할 땐 언제나 두 엄마들을 찾았던 나였다. 유부녀에 아이 둘을 가진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이담아. 뭘 망설여. 엄마한테 부탁해! 니 자식이기도 하지만 너희 엄마의 귀한 손주이기도 해.‘


이 말에 조금 용기를 냈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재민이 감기가 계속 안낫네. 좀 맡겨도 돼요?”


“응 그럼. 이따가 기차 타고 내려보내.”


“고마워요.. 미안하고…”


“뭘, 다음 주에도 보고 계속 있게 해도 돼.”


안심이 됐다. 이제 됐다. 아이는 엄마의 곁에서 안전하고 따뜻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씩씩하게 회사에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없는 해방감도 느껴진 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엄마~~ 같이 놀자~~~”


아이는 곧 떨어지는 걸 알아 그런지 더 놀자고 했다. 이를 닦이고, 짐을 싸고, 두꺼운 옷을 입혔다. 추울까 내 모자도 씌웠다. 주차장에 나가 인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뭉클해졌다. 겨우 며칠이지만 이 조그만 녀석과 떨어질 생각을 하니 아쉽고 허전하다.


“잘 가 재민아! 우리 네 밤 자고 만나!”


거참 복잡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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