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나에게 세상이 왜 이래
입사한지 1년이 채 안되었을 때였다. 내가 맡은 거래선에 급히 쓸 돈이 있었다. 그 예산 때문에 팀장님과 상의를 했는데, 팀장님이 다른 담당자 거래선에 배정되어 있는 예산을 끌어다 쓰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그 예산을 끌어다가 내 거래선에 썼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 담당자가 불같이 화를 내며 나에게 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 예산을 이렇게 말도 안하고 써도 돼?”
“아…그거 팀장님이 써도 된다고 하셔서….”
“팀장이 쓰라면 나한테 말도 안하고 써도 되는 거야?”
“아…몰랐어요.”
“아우 진짜. 짜증나!”
그 땐 몰랐다. 마냥 억울했다.
‘팀장이 쓰래서 쓴 건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해!’
그리고 아마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조금 흘렸던 것 같다. 당시에 주위에 있던 팀원들도 나와 관계가 좋았지만 딱히 내게 동조해주거나 나를 위로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화를 낸 그 담당자에게 “얘가 뭘 몰라 그런 것이니 네가 이해해.” 같은 이야기들을 했다. 그때 난 그게 야속했었다. 그랬다.
이젠 직장생활 10년차가 되었다. 그런데 같은 팀 어떤 팀원이 자꾸 내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 귀엽고 재밌는 친구였기에 일부러 그렇게 행동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꼭 1년차때의 나처럼 몰라서 그러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자꾸 반복이 됐다. 반복이 되다보니 나도 답답했는지 은연중에 이 친구에게 짜증을 냈다.
“억울해요.”
그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역시나 정말 몰랐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그때의 나처럼 말이다. 그때의 난 지금의 내가 될 줄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저 선배가 너무 매정하다고, 나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도 내게 참 많이 참고 있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세월이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