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외줄 타기
아이가 15개월 정도였을 때였다. 유난히 감기가 오래갔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일이 굉장히 바빴다. 아니 바쁘다고 느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아이 숨소리가 심상치 않으니 웬만하면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고 집에서 잘 보살피라 라는 말을 하셨는데, 그때도 반차를 겨우 냈던 나는 병원에서 나와 아이를 어린이집에 약과 함께 맡겼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아이가 고열이 났다. 다시 병원에 갔더니 대학병원에 가보라며 진단서를 써 주셨다. 대학병원에 갔다. 폐렴이었다. 결국 아이는 입원했다. 자그마한 아이 손에 링거를 꽂고 6인용 병실에서 여러 아이들의 기침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때 의사 선생님 말을 듣고 아이를 조금 더 쉬게 두었더라면, 이런 상황까진 되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그날, 나는 자괴감에 한참을 괴로웠다.
이런 경험이 생긴 덕분에 그 후로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병원엘 데려갔다. 무리하지 않게 컨디션을 초기에 잘 잡아줘야 우리가 고생하지 않는다는 걸 몸소 깨달았기에 바로 실천했다. 그 결과 아이는 그 후로 폐렴으로 입원한 적이 없다. 물론 감기는 수도 없이 많이 앓았지만 말이다.
최근에도 그랬다. 아이가 콜록거리길래 바로 병원에 데려가서 약을 지어 먹였다. 그렇게 나아지다가 찬바람이라도 쐬는 날이면 또 상태가 나빠졌다. 이렇게 아이가 낫고 나빠지기를 반복하며 한 달 정도 감기를 앓았다. 이비인후과에 참 많이도 갔다. 의사 선생님은 상태가 왔다 갔다 하는 아이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는 괜찮아질 때도 되었는데. 약을 한 번 바꿔보죠. “
약을 바꾼 바로 다음 날, 콧물이 너무 많아졌다.
“이상한데? 갑자기 왜 이러지?”
“그러게. 내가 내일 병원에 가 볼게.”
남편이 오전에 아이를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약을 바꾸어 처방했다. 유치원에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이라고 판단해 그날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 그날 저녁, 아이를 하원하고 집에 데려왔는데 아이 컨디션이 평소와는 달랐다. 숨을 헐떡거리고 가슴에서 쌕쌕하는 폐 소리가 났다.
”쌕쌕거리네. “
“응… 숨 쉬는 걸 힘들어하는 것 같아.”
“이 책을 보니까 기관지염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엔 소아과를 가봐야겠어.”
식겁했다. 몇 년 전 그 상황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이 컨디션을 좋게 하려고 애를 썼지만 아이는 점점 더 쳐졌다. 기침을 하느라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옷을 챙겨 입고 병원엘 갔다.
“아니 이런 상태가 될 때까지…”
소아과 의사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지금부터 열이 나는지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열이 나면 바로 엑스레이가 되는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폐렴 바로 직전 상태라고 보시면 돼요.”
‘같은 실수를 반복했구나…‘
몇 년 전 그때도 그랬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 아니 아픈 아이보다 일이 더 급하고 중요해 보였다. 그런데 사실 중요한 건 아이였다. 지금은 그 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도 않으니까.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병원은 바로 갔지만 아이의 컨디션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상황이 변했는데도 ‘괜찮겠지.’ 하고 넘겨버렸다. 사실 괜찮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일에 대한 내 욕심에 컸던 것 같다. 욕심과 책임 사이에서 나는 늘 줄타기를 한다. 책임감을 넘어 욕심을 부리면 꼭 이렇게 후폭풍이 따른다. 일에 모든 걸 쏟을 수는 없다. 내겐 챙겨야 할 가족이 있으니까.
일에 책임은 다하되 과하게 욕심부리지 말아야겠다. 아이를 씻기고 입히고 먹이는 일도 내게 주어진 중요한 책임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선 이 사실이 나를 일로부터 지켜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