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허물 직시하기
한 부서의 담당자가 연락이 왔다. 본인들이 어떤 행사를 한다며 관계자들의 문의가 많아 단체방을 만들겠다고 했다. 예전에 한 번 그 팀과 단체방을 팠을 때 시도 때도 없는 문의와 경계 없는 요청에 피곤했던 터라 비슷한 유형의 단체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저희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수시로 문의가 들어와서요.”
“아.. 그러신가요. 제가 정리해 놓은 리스트가 있는데 그 외의 질문들이 많이 들어올까요?”
“네에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말씀을 드려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네에, 그렇군요.”
거기까지 하고 나는 다른 미팅을 들어갔다. 그런데 다른 미팅 후에 메신저 방을 확인해 보니 이미 내가 단체방에 초대되어 있었다.
‘허락도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일을 하는구나.’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미팅을 하고 있었는데, 그 부서 미팅에 초대한 관계자들에게 내가 별다른 동의를 구하는 절차 없이 메신저 방을 팠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도 그랬네?’
어떤 사람에게 괘씸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나도 하고 있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인 거였다. 웃음이 나왔다. 내가 아둔했기 때문이다. 괘씸하다고 생각했던 그 부서 사람들은 내게 동의를 구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나는 오히려 그런 시늉조차 내지 못했다. 허허. 내가 더하면 더했던 거다.
‘그래. 그까짓 거 단체 메신저방 들어가 주지 뭐. 알람을 꺼 두면 되는 노릇 아닌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조금 너그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주 내 허물을 바라봐야 겠다. 그래야 겸손한 마음으로 남을 대하게 되고, 쉽사리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다. 다행이다. 오늘 하나 알아차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