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는 길
최근에 한 친구가 아이를 낳았다. 친한 친구다 보니 출산이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생각날 때마다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하루는 전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조리원인데, 아이가 깰 까봐 엄청 조용히 하고 있어. 약간 숨어있달까."
"히히. 그렇구나... 나도 그런 적 있었는데."
예전 일이 생각이 났다. 아이도 처음 세상에 나왔고, 나도 엄마가 처음이던 그 시절 우리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애가 울어도 왜 우는지 모르겠고, 모든 아이들이 다 이런가 하는 생각에 앞이 깜깜했었다. 그때는 누구라도 붙잡고 도움을 청하고는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친구가 숨어있다고 하는 표현에 엄청 공감이 되었다.
"그런데 말이야. 진짜 이 아이가 없어진다고 생각해봐바."
"웅?"
"진짜 아이가 없어진다면, 그건 정말 지옥 같은 일이 될걸?"
도망치고 싶은 심정과 진짜로 도망치는 것, 아이가 없어서 잠깐 편한 마음과 아이가 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걸음을 거쳐왔다고, 그리고 그 걸음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아직 어렸던 시절, 숨을 잘 쉬고 있나 잠을 자다가도 몇 번씩 깨어 아이를 살펴봤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모두 그런 길을 가고 있다. 그것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