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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an 24. 2024

행복해지려면 바보가 되어야 한다

그럴 필요가 있다


아이의 여권이 곧 만료되려고 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집에서 사진을 찍어 인화해도 여권사진으로 잘 쓰일 수 있다고 하길래 사진용지를 사서 아이의 여권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쉽진 않았다. 인쇄용지를 주문해 배송될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의 사진을 찍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의 자세를 잡아주고, 좋은 표정을 찍어내려 부부가 함께 애를 썼다. 남편이 사진을 편집해서 알맞은 크기로 만들었고, 그걸 인쇄해서 잘 오려냈다.


“잘했다!”


“그러게 뿌듯하네.”


다음날, 근처 시청 여권과로 갔다. 대기를 하다가 준비해 온 사진을 내밀었다.


“음… 이거 안 되겠는데요. 사진에 나와있는 얼굴이 너무 작아요. 적어도 이 정도 사이즈는 되어야 해요.”


황당했다. 우리가 찾아본 규정에는 그런 부분은 없었는데, 막상 시청 여권과에 가니 거기 있는 규정에 나온 얼굴 크기가 맞지 않았다. 인터넷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던 거다. 돈도 돈이지만 노력을 꽤나 들여서 만든 사진이었기 때문에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하….”


“어쩔 수 없지. 요 앞 사진관으로 가자.”


“하….”


한숨이 마구 나왔다. 어질어질한 기분으로 시청을 나와 시청 앞 사진관으로 걸어갔다. 사진관 옆에 카페가 하나 보였다.


“나 커피 한 잔만 사서 갈게. 재민이랑 먼저 들어가서 사진 찍고 있어요.”


카페에 들어왔다. 그런데 카페에 이런 문구가 보였다.


“카르페디엠”


현재를 잡으라는 뜻이었다. 그날따라 이 뻔한 문구가 마음속 깊이 와닿았다.


‘그래. 지나간 건 지나간 거다. 어쩔 수 없다. 바꾸거나 돌이킬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제 사진관에 왔으니 규정 문제없이 사진도 잘 찍게 될 것이고, 커피도 맛있게 먹고, 서류까지 모두 제출하고 돌아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기억력이 너무 좋은 것도 불행한 일이다. 나쁜 일은 빨리 잊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 행복해지려면 불편한 감정에 대해서는 조금은 더 바보가 되어야 한다. 모르는 척, 없었던 일인 척 그렇게 넘어가야 한다.


왜냐면,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이 나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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